부안소방서 소방장 김동명

160여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오늘날에도 널리 사랑받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읽어보면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라는 구절이 있다. 짧지만 이 쉬운 말은 아주 가까운 관계에서 당연하게 느껴졌던 관계가 끊어졌을 때 뒤늦게 후회하지 말라는 의미로 알려져 있다.

요즘 구급대원들이 이 구절을 너무나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만 하다. 응급환자 발생 시 최일선에서 24시간 출동하여 신속한 응급처치를 실시하고 신속한 병원 이송중에도 환자의 상태를 체크 하면서 병원에 환자를 이송하고 나서야 웃음을 다시 찾곤 하는 구급대원들이다.

전북소방에서는 작년 121,697건 출동하여 71,119명 이송하였으며 이는 4.3분마다 출동하는 계산이 나온다. 이러한 노력들로 119응급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만족이 상승하고 많은 박수와 격려의 응원들을 받아가며 국민들과 아주 밀접한 관계로 자리잡게 되었다.

하지만 너무나 가까웠던 탓일까? 어느 순간부터 일부 사람들은 구급대원들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신속하게 출동해서 온 구급대원들에게 폭행을 가하기도 하고 구급대원들이 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로 그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폭언을 일삼기도 했다. 또 빠르게 출동하여 현장에 도착했지만 거짓 신고로 다른 응급환자를 이송치 못했을 때 그 죄책감은 다 구급대원들 마음속에 담기게 된다.

그렇다면 이 어려움에 처한 구급대원들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없을까? 수년 동안 겪어왔던 내용이라 당연히 법적 보호를 두었다. 현재 출동한 구급대원에게 폭행ㆍ폭언 등으로 구급활동을 방해한 경우 소방기본법의 소방활동 방해죄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그리고 거짓 신고를 한 경우에는 소방기본법에 의거하여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렇게나 큰 처벌이 적용되지만 지난 5년간 구급대원 폭행,폭언에 관한 사건은 876건이었으며 줄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거짓신고도 줄지 않고 꾸준하게 발생되고 있다.

이런 통계는 법적 효력이 아주 미비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119(구급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국민들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내 가족이라 생각하고 그들의 구급활동에 대해 믿고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한번 한 거짓 신고는 그 순간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일반적으로 친구끼리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 좋지 않은 일들로 관계가 끊어졌을 때 후회하지만 국민들은 위기 속에서 항상 가까이에 있는 구급대원들이 폭행ㆍ폭언 그리고 거짓신고로부터 보호하여 더 많은 사람이, 더 필요로 하는 사람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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