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부안군지에 소개하고 있는 관안(官案)은 조선시대 부안현 현감들의 취임-퇴임-재직기간-비고(파면, 영전)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변산의 얼(1982년 부안군 발간)에 기록된 관안을 보면 1553년 6월~1619년 8월까지(기간 66년) 44명의 부안 현감이 재직했다.

놀랍게도 이 기간 재임한 부안 현감 44명의 66%에 해당하는 29명이 파면을 당했다. 

특히 1584년~1602년까지 재직 중인 현감 18명 모두 연이어 파면당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 있었던 시기를 감안하더라도 연이어 파면당했으니 부임을 앞둔 관료들이 부안현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졌을까 끔찍한 상상을 해본다.

정유재란 당시 왜적의 침입으로 부안 백성들이 사지에 몰렸을 때 그것을 외면하고 도망친 부안현 제109대 권성 현감(1597.04~1598.06)도 포함되어 있다. 부안현이 이러한 지경에 처해있었니 백성들의 고단한 삶은 계속되었고 아전들의 횡포는 극에 달했을 것이다.

조선 후기 문인 화가 강세황이 남긴 유우금암기(遊禹金巖記)는 차남 강완이 부안현감으로 있던 시기에 견여를 타고 우금암-실상사-월명암 등을 기록한 것이다.

음력 2월, 지체 높은 부안 현감의 아버지를 견여에 태우고 눈 속을 헤맨 스님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했는지는 '부안문화 2019년 제24호'를 통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비탈진 길은 너무 위태롭고 아래로 천 길이나 되는 절벽을 내려다보니 한번 발을 헛디디어 넘어지면 목숨을 보전하기 어려울듯하다. 가마를 멘 스님이 큰 소리를 내며 달리는데 가마의 장대가 소나무 가지에 부딪히기도 하고 스님의 발이 깊은 눈에 빠지기도 하였다. 얼음은 매끄럽고 돌은 날카로워 기울어 넘어지려 한 것이 여러 번이었다. 가마를 멘 스님들에게 여러 차례 주의시켰지만 천천히 걸을 수 없었다”

이렇게 끔찍한 상황을 일말의 양심도 없이 스님들을 동원하여 내변산을 구경하며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또한 장남이 강원도 회양부사 재임 시 회양과 금강산을 유람하며 남긴 금강산 유람 기념 서화첩이 중앙박물관에 있다. 

강세황 아들 제223대 강완 부안 현감 역시 부안에서 파면당했다. 호남읍지1권(1970년 발간)에 소개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임진 정월에 사직원을 냈으나 (어떤 일이 ) 보고되어 파직됨(呈辭啓罷)"

스님들이 견여를 매고 눈길을 뚫고 있다.(강세황 부안유람도권 '문현과 용추, 전북일보 2019년 10월 기사 캡처)

빨강색 표시는 재임중 파면된 부안 현감(출처:변산의 얼, 1982년 부안군 발간)

조봉오 기자  ibuan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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