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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결혼하는 딸에게 엄마가(유경 전북 시민참여포럼 공동대표)

사랑하는 엄마 딸아,

너는 우리 가족의 안식처가 너른 동진들판 한복판에 있다는 것이 늘 신기하다 했지. 사방팔방으로 열려있는 동진벌판 너머로 펼쳐진 지평선은 다른 세상을 넘보는 시작이었다면서 말이지. 그 동진벌에 오늘은 유난히도 세찬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구나. 노을에 물들며 내달리는 눈보라 속으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떠돌고 있는 엄마의 마음을 밀어 넣는다. 스무네 해를 끼고 살았던 딸, 너로 인해서일까.

딸! 한 가정을 꾸리며 새로운 세상에 들어서는 너는 참 예쁘고 신나게 준비하더구나. 그런 너를 보며 생각하노라니 엄마는 만감이 교차하면서도 되레 감사하는 마음이 앞서는구나. 그 누구도 아닌 엄마에게로 와줘서 감사한 마음 그런 거 말이야. 엄마는 이런데 딸은 어떨까. 엄마 딸이어서 좋았을까. 결혼하겠다는 너를 바라보며 가장 먼저 떠올렸던 엄마 마음이었구나. 내 엄마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나도 너에게 그 마음을 더했구나.

돌이켜보자니 너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뿐이구나. 언니오빠, 동생 틈에 끼어서 특별히 잘 해줄 수도 없었지. 그런데도 너는 언제나 네 할 일을 잘 해주었고, 어느새 엄마 품을 떠나려 하는구나. 엄마 마음이 왜 이렇게 진정이 안 된다니. 네가 결혼한다는 현실감도 와 닿지 않지만, 훌쩍 커버린 네가 어른이란 것도 잘 와 닿지 않는구나. 늘 아이로만 보였는데 말이지.

딸! 너도 기억하는지 모르겠구나. 우리가 여느 엄마와 딸처럼 아기자기하고 다정다감하면서도 때론 티격태격하면서 눈을 흘길 정도로 정이 넘치는 사이가 아니었다는 걸 말이야. 그런 모녀사이를 만들지도 못했는데 돌아보니 어느새 스무네 해가 흘러 넌 엄마 품을 떠나는구나.

그게 어디 사랑하는 딸 너 때문이었을까. 언니오빠와 남동생에다 어린 사촌들까지 북적거리는 집에서 네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던 엄마 때문이었지. 어디 그 뿐이니. 이모와 삼촌까지 대가족 사이에서 엄마 딸이라고 특별히 정을 챙겨주지 못했던 엄마의 탓이었지.

그런데도 표 나지 않게 독립적으로 잘 커주었구나 딸. 그런 너를 보고 동네사람들은 무슨 이런 아이가 있느냐고 칭찬일색이었지만 엄마는 그런 네가 조금은 교만해질까봐 제대로 칭찬하는 말조차 건네지 못했구나. 그럴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마음도 아팠다 딸. 이러한 엄마를 너도 일찍부터 알았던지 좋을 때나 슬플 때나 늘 할머니 품이 우선이었지. 네게 보낸 할머니 사랑은 최고였던 걸 너도 알았겠지. 칭찬에 인색한 엄마는 그런 너를 보며 짠하면서도 서운하기도 했단다. 할머니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넌, 덕분에 좋은 품성을 지니게 되었으니 엄마는 그걸로 서운함을 달래는구나.

그렇게 모나지 않게 잘 자란 네가 벌써 결혼을 한다니 엄마는 설렘 반 걱정 반이구나. 대가족 속 할머니 품에서 좋은 품성으로 자란 네가 이젠 주님의 특별한 사랑으로 새로운 가정을 이루게 되었으니 참으로 감사할 일이구나. 너희들 서로를 오직 사랑으로 감싸 안고 서로를 배려하는 결혼생활이라면 엄마가 지닌 걱정 반은 덜어낼 수 있겠구나. 그렇게 약속할 수 있지 딸?

사랑하는 딸, 
인생선배로서 결혼을 앞둔 네게 엄마 맘을 전하는 지금은 노을에 물든 동진들판에 눈보라가 춤추고 있구나. 들판이란 게 본시 아침저녁이 다르고 봄여름가을겨울이 서로 다르며, 비바람이 몰아치는가 하면 뙤약볕에 그을려지기도 하고 풍요의 들판이면서도 황량함이 밴 곳이기도 하구나.

네가 뛰어놀면서 바라보았던 동진들판의 시간이 앞으로 이뤄가야 할 네 결혼시간과도 잘 매칭 연상될 수 있으면 좋겠구나. 동진들판의 농부는 어떤 환경에서도 결국은 풍요의 결실을 이뤄내는 것처럼, 결혼이라는 미래벌판을 잘 일구고 가꿔서 풍요의 결실을 이뤄내는 신부신랑이 되기를 축복하며 기도하면서 엄마의 마음을 오롯이 전한다.

사랑하고 결혼 축하해 딸!

유경(전북 시민참여포럼 공동대표)씨 가족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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