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계 유형원이 32세(1653년) 조상들이 살았던 전북 부안군 우반동愚磻洞에 귀촌하며 돌아가리라歸去來兮를 반복적으로 외쳤다. 

특히 반계는 화귀거래사和歸去來辭에서 "분주히 어울려 놀던 곳을 떠나/ 홀로 어디로 갈 건가./ 내 마음 가장 긴요한 데로 돌아가/ 백세를 기다리기로 기약하노라."라며 언제라도 속세 인연을 끊고 살기 좋은 부안 우반동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백양촌 신근은 귀거래歸去來에서 "다사한 내 고향엔 주름살 늘으신 어버이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날 기다리시리니/ 내 구원의 사랑을 찾아 돌아가리/ 돌아가서 오랜 설움에 화석된 마음으로/ 아무 사연도 종이 위에 다시는 쓰지 않으리···"라며 고향에서 마음의 평안을 갖고 싶어 했다.

1653년 반계 유형원과 1960년대 백양촌 신근은 300년 세월을 넘나들며 생거부안을 예찬하고 있다. 다만 부안군에서 이들을 잊어버리고 있을 뿐이다.

부안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이다.

한편, 반계는 우반동에서 20년 거주하며 실학 비조에 걸맞은 반계수록磻溪隨錄을 저술하고 우반동에서 작고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실학박물관은 (재)경기문화재단 소속으로 올해 반계 탄신 400주년 행사를 부안군과 공동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실질적인 행사는 경기문화재단이 맡고 부안군은 들러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반계는 20년간 머물렀던 우반동 반계서당에서 작고했고 그곳에 묘를 썼다. 나중에 후손들은 반계를 경기도 용인에 모셨다. 또한 반계 사상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곳은 남양주시에 있는 실학박물관에서 전담하고 있다.

부안은 반계서당, 반계 유허지, 반계를 주벽으로 모셨던 동림서원 터 등이 존재할 뿐이다. 간재 전우 선생이 부안에서 20년 머물다 계화면 양지 마을에서 작고했지만 묘는 익산 삼기에 모셔져 있는 것과 흡사하다. 지포 김구는 선학동과 지지포에서 말년을 보냈으며 묘소는 변산면 운산리에 있다.

지포 김구, 반계 유형원, 간재 전우를 부안3현이라고 부른다.

출처:경향신문 2006.12.12

다음은 김승대 박사가 보내준 반계 유형원의 화귀거래사和歸去來辭이다.

귀거래사, 도연명에 화답하여和歸去來辭

숭정崇禎 갑신년으로부터 9년 뒤 가을에 남쪽으로 내려가려고 하면서,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읽고 느껴 화답하다.

돌아가리라!

해 저무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오.

참으로 자득해서 정성을 다하면

어찌 외물外物로 인해 감정이 좌우되리오.

전에 내가 처음 지각이 생기고부터

오직 성인을 따라갈 수 있다 생각하여

경위涇渭의 청탁淸濁을 세밀히 살피고

털끝만한 오류라도 범할까 두려워했다네

항시 단정히 앉아 한해를 마치매

아침에 밥도 겨울에 옷도 잊어버리고

사물이 아무리 복잡하여 어지러워도

이치는 드러나 있건 숨겨져 있건 한결같다네.

밝고 드러난 천지 사이에

나는 것도 있고, 달리는 것도 있는데

경敬과 의義를 견지하여

덕의 문에 들어가야 하리.

은밀한 곳에 물러나 있어도

어두워지지 않는 것을 보존할 일이요

너의 본성을 잃지 말아야 하리니

저 희준犠樽을 경계하노라.

고금의 치란을 토론하다가

맹자, 안자께 직심直尋에 대해 물어보노라

뭇 사람들 떠들고 치달으며

어찌 안주할 곳을 모르는가.

어지러이 권세 믿고 이익을 다투다가

저마다 월越 지방이나 오랑캐 땅으로 되네.

나는 한숨 쉬며 비분강개하노니

홀로 탄식하며 고금을 통관해보노라

오직 하늘의 운행은 멈추지 않고

봄이 가면 가을이 오고 순환을 하는구나.

어찌 헤아리기를 자세히 못하면서

안타깝게도 주저주저 머뭇거리고만 있는가?

돌아가리라!

청컨대 멀리 떠나 한가롭게 노닐어보세.

지난 일은 미칠 수 없지만

오는 날은 찾아갈 수 있지 않는가.

세상을 떠나 오래살고 싶지만

내 마음 시름에 잠기는구나.

장차 허물 벗듯 뚝 떠나려 하니

또 어찌 옛 방식에 연연하리오.

일꾼이 나에게 수레와 배를 대령했다 하니

약수弱水를 건너고 낭풍閬風을 따라

이에 단구丹丘에서 신선과 노닐며

내 머리를 아침햇살에 말리고나의 갓끈을 맑은 물에 씻으리라.

팔황八荒의 끝까지 즐거움을 다하며

세월이 흘러감에 인생이 무상을 느끼노라

어쩔 수 없구나! 성현도 때가 있거늘

이 세상 오래 머물기 어려워라.

분주히 어울려 놀던 곳을 떠나

홀로 어디로 갈 건가.

내 마음 가장 긴요한 데로 돌아가

백세를 기다리기로 기약하노라.

오로지 고경古經을 조용히 강구하며

밭 갈고 씨뿌리기에도 힘쓰리라.

용문龍門에 의탁하여 이운理韻으로 뜻을 삼고

훈화勳華를 우러러 갱시賡詩를 하여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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