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睡隱 강항姜沆(1567~1618)은 정유재란 당시 왜군에 끌려갔다가 3년 만에 귀국하여 일본 정세를 적은 간양록을 펴냈다. 일본 성리학 출발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다.

강항이 왜국 정세를 기록한 것은 건거록巾車錄이었지만 후일 제자 윤순거는 스승 강항을 위해 행장을 썼고, 우암 송시열에게 서문, 시남 유계에게 발문을 받아 '간양록'을 펴냈다.

간양록을 쓴 강항과 1597년 9월 19일 부안군 상서면 청등 전투에서 왜적을 물리치다 순절한 의병장 도곡 이유는 처남 매부지간이다.

간양록과 죽곡집, 함평이씨 족보, 전남 영광군 내산서원 강항 부부 묘소 등에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도곡 이유와 수은 강항이 살았던 지역은 전남 영광군이다. 도곡 이유의 생부 죽곡竹谷 이장영李長榮은 함양군수, 대사간, 양양부사를 지낸 문신이며, 강항은 강희맹의 5대손이다.

이장영은 자녀 4남 3녀를 두었는데 사위는 정운룡, 김경일, 강항(庶女 姜沆 妾)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유의 누이(庶女)가 강항의 후실로 들어갔음을 죽곡집(부록)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정유재란 당시 도곡 이유 누이는 남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왜적들에게 굶어 죽는 것으로 보여줬다. 남편 강항은 이와같은 가슴 아픈 사연을 간양록에 기록했다.

"이튿날 왜선 한 척이 스쳐 지나가는데 거기서 어떤 여자가 급히 '영광 사람! 영광 사람!'하고 부르는 것이었다. 내 둘째 형수가 일어나 물어보니 그는 애생의 어미였다. 배가 갈린 뒤 이미 죽었으리라고 생각하였는데 여기 와서 비로소 살아 있음을 안 것이다. 가지가지 애달픈 그의 하소연은 차마 들을 수 없었다. 나중에 들으니 애생의 어미는 밤마다 설움이 터져 통곡하곤 하여 왜놈의 매를 맞으면서도 참지 못하더니만 끝내는 먹지 않아 죽었다고 한다"

출처:간양록

전남 영광군 불갑면 강항로 101번지에 있는 강항을 모신 내산서원이 있으며 경내에 강항 부부 묘가 있다. 묘비에는 강항 그리고 정부인 김씨와 정부인 함평이씨가 새겨져 있다. 또한 함평이씨에 대한 열녀비가 있다.

후실이었던 함평이씨는 남편과 생이별한 것에 대한 저항 표시로 왜적에게 항거했으며 끝내는 먹지 않아 목숨을 잃었다. 

비슷한 시기 부안을 침략한 왜적을 물리치다가 순절한 의병장 도곡 이유와 부인 부안·부령 김씨를 위한 유허비에 현곡 유영선은 "남편은 忠에 죽고, 妻는 烈에 죽으니.."라고 애도했다.

함평이씨 16世 죽곡 이장영의 아들, 며느리, 딸, 사위는 한결같이 국가를 위해 충의忠義했고 남편을 따라 열烈한 명문가이다.

한편, 정유재란 의병장 함평이씨 도곡 이유 후손들은 지난 24일 부안군의회 김정기 의원에게 민충사 위패봉안에 대한 고마움으로 감사패를 전달했다.

강항 부인 함평이씨 기록(출처:죽곡집 부록)

함평이씨 열녀비(출처:네이버 블로그 개미실사랑방 사진 캡처 https://blog.naver.com/roaltlf/222445239981

조봉오 기자  ibuan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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