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가는 가을

살면서

흔들리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삶은 흔들림 이런가

가을의 흔들림은

사랑하기에 말없이 떠나는 것

돌아다보니 모두가 흔들리고 있다

나뭇잎은

색을 띄우지 못한 채 떠나고

붓도랑물은

돌 틈새로 그리움을 찾아 간다

말라버린 호수에서

피어오르는 안개도

기다림에 힘겨운지

이제는 그만하며

산 위로 훨훨 날아간 뒤

호수가 흔들리고

단풍에 물든 숲속으로

가을이

흔들리고 간다

(박형규 전 남원부시장·시인)

사진-박형규 전 남원부시장, 주산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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