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이른 아침부터

눈이 내린다

길 떠나는 자를 위로하려는 듯이

하루 종일 내린다

평생 가진 것 없는 나목에

차곡차곡 쌓이어

어께 덮인 채

답답한 생을 떨치고 나가는 길

남은 자들이

떠나는 자 더디 가라고

꽃상여 앞 줄 노잣돈 걸어 놓듯

눈을 쌓아

숲 밖으로 난 길 지워도

부러진 가지 사이로

문 다시 열고 길 내어

바람이 만든

순백의 하얀 길에

실낱같은 흔적

흔들리는 마음 하나

(박형규 전 남원부시장·시인)

사진-박형규 전 남원부시장, 주산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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