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오복 마실축제를 다녀와서

5월5일은 입하로 여름을 세워야 하는 날이다. 하늘천 따지 검을현 누르황이니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니 천지의 교합으로 탄생한 나뭇잎들은 모두가 초록으로 아가들의 방긋 벙긋 웃는 모습으로 변하니 어린이 날임을 알려준다.

챙겨줄 어린이도 없고 챙겨드릴 양가부모님도 안계시니 나의 살던 고향에서 열리는 오복마실축제에 참석하고자 부안고6회 친구들에게 급 번개을 치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여를 한다.

작년에는 막내 동생이 오복마실축제에서 부안군민 체육부분상을 받았는데 올해는 상서, 줄포, 진서, 보안 면에서 더불어 민주당 공천으로 군의원에 출마를 했으니 고향친구들에게 군의원의 자격과 품격이 무엇인지를 알아 동생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도록 도와주는 것이 형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친구들을 만나고 축제에 참여한다는 들뜬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6시30분에 서울을 출발하였는데 고향으로 가는 길이 막히고 막혀 너무나 답답하고 느리다. 때론 느리게 움직이는 것도 행복이라지만 기다리는 친구들을 생각하면 야속하다.

친구들과 잘 먹으려고 아침식사도 거르고 출발하였는데 배고품은 이팝나무꽃을 쌀밥으로 여겨 배를 채우나 술고픔은 참지 못하고 휴게소에서 긴 줄을 서서 구입한 커피와 호두과자로 허기를 면한다.

가정의 달과 명절 때마다 막히는 고속도로인데도 고향으로 향하는 한국인의 치사랑과 내리사랑은 우리민족이 아무리 어렵고 힘든 역사속에서 가정과 나라를 지켜낸 거룩하고 숭고한 정신이다. 2003년부터 치사랑 도덕운동실천본부 본부장을 하면서 전국의 효자들에게 상을 주고 노인회을 다니면서 치사랑 특강을 했었다.

치사랑이란 내리사랑의 반대로 어릴적에 받은 사랑을 부모님에게 돌려드리는 사랑을 말한다. 효는 부모님이 행한 모습을 그대로 본받는다는 뜻이다. 내가 부모님에게 하는 모습을 그대로 자녀들은 나에게 한다는 무서운 말이 바로 효이니 효는 하늘의 거울이다.

오복마실축제현장에 도착하여 기다리는 친구들을 만나 막걸리로 마실축제가 잘되기를 건배한다. 오복이란 수, 부, 강령, 유호덕, 고종명을 말하는데 현재에는 건강, 배우자, 재물, 할 일, 친구를 오복이라고 한다, 5명의 친구가 모였으니 목, 화, 토, 금, 수 5행의 만남으로 만물을 생성시키니 진정한 오복축제다.

축제현장을 돌아 다니다 보니 부안군민의 70%가 참여한 것 같다고 한다. 축제는 주관하는 사람들이 흥겁고 신나야 한다. 사람들을 모이게 할려면 먹거리와 놀 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어야 한다.

이중환은 澤里誌 卜居總論에서 사람들이 거주지를 선택할 때에는 地理, 生利, 人心, 山水를 보라고 했다. 부안은 전쟁과 흉년과 전염병 등 3재를 피할 수 있는 십승지 중 하나로 십승지는 주로 깊고 깊은 산속인 양백지간에 있는데 유일하게 바다에 접한 곳은 부안뿐이다.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드린다고 해서 바다라고 한다. 오복마실축제를 통하여 그동안 핵방폐장유치 등으로 쌓이고 쌓였던 부안군민들의 갈등과 반목이 모두 바다처럼 받아드리고 소금으로 절이고 절여 푸른 바다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원효굴에서 수행했던 원효대사는 성곽위에 있는 뼈를 보고는 신라군과 백제군들이 전쟁을 하였는데 모두 다 자기 나라와 백성들을 위하여 목숨을 바쳤는데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단 말인가? 7세기 삼국통일 전쟁의 와중에 살았던 원효는 화쟁의 방법을 모색해서 『십문화쟁론(十門和諍論)』이라는 명저를 남겼다.

[내가 옳으면 너도 옳고 너가 틀렸으면 나도 틀린 것이라는 화쟁사상] 저도 살아가면서 마음이 아플 때마다 화쟁사상으로 극기복례를 한다. 나하고 사상이 다르다고 그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니라 나하고는 다른 것이다. 세상은 선 과 악, 정 과 오로 이루어 진 것이 아니라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만물을 창조하고 발전시킨다.

둘째아들이 저녁식사를 대접한다고 계화회관에서 만나자고 한다. 어버이날이라고 용돈도 주고 백합정식으로 식사를 마치고, 할리스 커피숍 야외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달이 커피잔속에 환하게 웃고 있다. 월악산의 달이 충주에 뜨면 남북통일이 이루어 진다고 탄허스님이 예언을 하였는데 나의 커피잔속에 부안의 달이 떳으니 우리집안의 가훈인 가화 가 이루어지기를 달님에게 빌어본다.

집은 가족을 담는 그릇이다. 고향집은 5대째 살고 있으니 대가족을 담고 있는 도서관이고 박물관이다. 밀려오는 피로함을 잠으로 해소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니 봄비가 촉촉이 내린다. 이럴 때이면 변산 전체가 동양화의 화폭이 된다.

서둘러 내소사로 향하여 비와 함께 피어나는 물안개의 풍경이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를 감상하는 것 같다. 주차를 하고 내소사에 들어가니 이른 아침인데도 입장료 3천원을 받는다. 역시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먹는가보다.

쭉 뻗은 전나무 숲길을 따라 걷고 대웅보전의 꽃무늬빗살 문을 보면서 빗소리와 풍경소리가 오케스트라가 되어 관음을 하니 마음이 편안하다.

찻집에서 대청마루에 올라 차를 마시니 템플스테이에 참여하신 분들하고 차를 마시면서 담화를 하는 주지스님의 모습을 보니 시간나는 대로 템풀스테이를 해야겠다. 주차한 식당에서 예전 내소사 입구에서 먹었던 청국장이 생각나서 청국장과 야채비빔밥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변산속살을 볼 수 있는 숲길을 지나 새만금방조제를 탄다.

군산에는 산업단지가 김제에는 농업이 부안에는 관광단지가 들어선다는 새만금이 이름처럼 바다가 만금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6차 산업인 농업에 4차 산업을 더하여 10차 산업으로 육성하여 부안군이 만금의 주인이 되기를 희망한다.

부안군민 모두가 치사랑의 실천으로 부자되고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서울로 오는 승용차속에서 기도하면서 5월 부안 오복 마실축제 답사 후기를 마친다.

유본

부안인터넷신문  webmaster@buan114.com

<저작권자 © 부안인터넷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