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문화원(원장 김영렬) 2023년 발간 '김옥진 육자배기(유영대·유민형 著)'에는 부안 매창이뜸에 모셔져 있는 名唱 李中仙 그리고 언니 名唱 李花中仙에 대한 소중한 기록이 있습니다. 名唱 李中仙이 부안사람들에게 남긴 유언에 32세 꽃다운 나이에 이승을 하직한 아픔이 진하게 남아 있습니다. 모든 내용은 부안문화원 허락을 득하고 독자들을 위해 名唱 李花中仙, 李中仙, 玉寶 金玉眞을 올립니다.//편집자》

玉寶 金玉眞 -남편 鼓手 홍두환 선생

딸- 명창 홍성덕(전 한국국악협회 이사장)

외손녀- 명창 김금미 

증손녀- 국악인 박지현

부안문화원(원장 김영렬)에서 펴낸 육자배기 김옥진(유영대·유민형 著, 2023년)은 부안 출신으로 4대에 걸쳐 국악인 길을 걷고 있는 玉寶 金玉眞 가족을 담고 있다.

玉寶 金玉眞은 1904년 11월 17일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 625번지 내소사 앞 원암마을에서 태어났다.

13세 무렵 김옥진은 그 협률사 배우들이 마당이나 사랑방 마루에서 소리 연습을 하고 있을 때, 소리 한 대목 한 대목과 춤, 그리고 악기를 배웠다. 협률사는 20세기 들어서 생계가 막연해진 국악인들이 무리 지어 음악 활동을 했던 단체를 지칭한다. 

18세 김옥진은 光州券番에 입소했다.

권번券番은 일본의 게이샤芸者를 양성하고 관리하는 기관이었는데, 이 시스템이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동기童妓에게 노래와 춤을  가르쳐서 기생을 양성하는 한편, 기생들의 요정 출입을 지휘하고 출연료를 받아 주는 중간 역할을 담당하던 곳이다.

"인제 아침에는 시조를 먼저 해요. 왜냐, 시조를 아침에 해야 인제 뱃심을 얻는다고, 점심 먹고 나면 인자 또 춤을 시작하고, 춤을 이제 시작한 다음에는 또 판소리를 박동실 선생님한테 배웠어요.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그때는 일제 때가 되어서, 일본 선생이 앉아서 교실을 조그만히 해가지고 일본말 공부를 했어요."(출전:박송희 명창)

광주권번에서의 교육은 기악·소리·춤으로 나뉘었다. 권번에서 공부할 때 김옥진은 소리와 춤을 동시에 좋아했다. 소리는 물론이거니와 청중을 사로잡는 춤을 추는 김옥진을 진정한 예인으로 키워낸 곳이 바로 광주권번이었다.

출처:김옥진 육자배기(부안문화원, 유영대·유민형 著, 2023년)

실력과 기량을 갖춘 김옥진은 20대 후반 서울로 활동의 근거지를 옮긴다.

서울에서 점점 인기를 얻게된 김옥진은 무대에 설 기회가 많아졌다. 특히 김옥진의 육자배기 무대에 청중들이 가장 많이 열광했다. 손뼉을 치는 정도가 아니고 일어나 춤까지 추며 울다가 웃다가 했다. 김옥진의 슬픈 정조의 노래에는 함께 울었고, 해학 섞인 노랫가락과 발림에는 함께 웃었다. 가히 '울리고 웃기는' 기교로 장내를 휘어잡았다.

김옥진은 교류를 넓혀 이화중선과 그의 동생 이중선·이화성 등과 특히 친했다. 이화중선과 김옥진은 함께 공연하는 기회도 많이 가졌으며, 유성기 음반을 내는 데 의견을 나누고 같이 음반을 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일본 공연까지 갔는데 그 연락선 선창에서 이화중선은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이때의 공연이 마지막 합동공연이 되었다.

"육자배기는 대표적인 민요이다. 석 줄짜리 노랫말은 대체로 사랑의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임을 찾아갈 길이 천리만리라서 가지 못하고 수심 탄식한다는 내용이거나, 꿈속에서 만난 임을 깨고 나서 더욱 그리워한다는 절절한 내용이다. 

노랫말도 절절하거니와, 노래의 가락 또한 엄청나게 높은 음과 다양한 시김새로 이루어져 몹시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가장 느린 장단인 진양조에 맞춰 실꾸리처럼 풀어내는 그리움의 사연이 썩 아름답다."

玉寶 金玉眞 시댁 어르신들은 동학농민군으로 참여하여 완산칠봉 전투에서 장렬하게 전사했으며, 남편 홍두환의 조부 홍낙관은 동학농민군 대장으로 '우두머리들 중에서도 우두머리'였기에 현장에서 포살되지 않고 서울로 압송되었다.

출처:김옥진 육자배기(부안문화원, 유영대·유민형 著, 2023년)

출처:김옥진 육자배기(부안문화원, 유영대·유민형 著, 2023년)

'일고수 일명창'이라고 했던가 김옥진-홍두환 두 사람은 소리라는 같은 길을 가게 되어 1939년 4월 결혼한다.

홍두환을 일러 변산에서 태어난 명고수가 전국적으로 크게 이름을 떨치고 있다고 한다. <사진22> 관극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변산에서 나고 자랐어도/ 재주 명성은 온 나라에 들리는구나/ 어려서부터 초예한 북 솜씨 익혀/ 가는 곳마다 봄바람 거느린다네"

生長邊山下

才名聞海東

早年學仙鼓

隨處領春風

출처:김옥진 육자배기(부안문화원, 유영대·유민형 著, 2023년)

김옥진-홍두환 부부는 고향 부안으로 낙향했다. 그리고 1945년 4월 20일 김옥진(38세)은 딸 홍성덕을 얻었다.

김옥진 남편 홍두환은 1953년 부안읍 신흥리 자택에서 유명을 달리하였다. 김옥진은 전주에서 딸 홍성덕과 함께 제자 양성을 하며 살았다.

玉寶 金玉眞은 69세의 나이로 전주 다가동 김재순(김유앵의 오빠)의 집에서 눈을 감았다.

"어머니가 아주 쇠약해지셨던 어느 날, 저를 가느다란 목소리로 부르셔요. '성덕아! 육자배기를 듣고 싶구나' 그래서 제가 '어느 대목을 들려드릴까요?라고 물었더니, "아무거나 들려줘' 이러시는 거예요. 그러시더니, '거문고 소리를 듣고 싶구나' 이렇게 말씀하세요. 제가 육자배기를 몇 대목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데를 불러드렸죠. 그리고는 이렇게 고개를 돌려 어머니를 쳐다봤는데, 보니까 어머니가 돌아가셨더라구요"

김옥진 명창은 딸 홍석덕의 육자배개를 들으면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변산은 그의 출생지이며 소녀 시절 국악의 꿈을 키우던 땅이었으나, 돌아갈 곳도 마땅히 없어 부안 가는 길목인 전주 효자동에 있는 효자공원 봉안당 공원묘지에 묫자리를 잡았다.

한편, 김옥진의 무대에는 이중선과 임방울이 함께했던 경우가 많았다. 당시에 이들 3인방이 국악계의 무대를 거의 주름을 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서울 무대에서 한창 활발하게 빛을 내고 있던 이중선이 1930년대 부안으로 내려와 세상을 떠나는 비운을 맞게 된다.

졸지에 타관에서 죽음을 맞이한 이중선의 마지막 길을 보기 위해서 전국의 소리꾼들이 찾아와 상여 뒤를 따랐다. 흰옷으로 소복을 한 수많은 소리꾼들이 걸머맨 상여 위에 임방울 명창이 올라서서 작별의 창을 했다. 마지막을 보내는 소리꾼에 대한 소리꾼들의 한 서린 예우였다.

소리는 허공을 날면서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과 상여를 맨 소리꾼들이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장지인 매창뜸으로 향하는 인도에는 수많은 주민들이 운집하여 이중선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고 있었다.

상여메김소리는 이중선 소리꾼의 갈 길을 가다 멈추게 하고 또 가다가 멈추게 하기를 수십 번도 더 했다. 상여 앞머리 쪽에 김옥진은 한 손으로 상여줄을 부여잡고 한 손으로는 임방울의 상엿소리에 맞추어 살풀이 무용을 하면서 상여메김소리를 구슬프게 받아넘겼다.

상여 나가는 모습을 구경 나왔던 주민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참으로 운명이란 것은 묘했다. 명창을 꿈꾸며 소리 무대를 펄펄 날면서 함께 드나들었던 이중선의 상여 아래서 만난 임방울과 김옥진의 부안 해후는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게 한다.

조봉오 기자  ibuan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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