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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김시웅 교장(변산중학교)

나는 누구인가?

빛과 어둠이 조우하는 시간이 지나고 07시 나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가방을 걸머지고 집을 나선다.

날씨가 쌀쌀해진 탓에 마당의 강아지(코코와 또돌이)들은 고개도 내밀지 않는다. 늘 그러듯이 닭에 모이를 주고 시계를 본다. 벌써 시계는 07시 06분을 가리키고 있다.

"아니 벌써" 좀 뛰어볼까 하고 잰 발을 해보지만 내 몸이 많이 무겁다는 것만 재확인 된다. 그래도 버스를 타기 위해 멈출 수가 없다. 민망한 몸짓으로 마음속으로 하나, 둘, 하나, 둘을 외치며 계속 가야만 한다. 이때 머릿속에 어제 보았던 하나의 영상이 그려진다.

학교 한쪽 구석에 십 수년째 비어있는 테니스장이 있다. 풀이 우거지고 망은 낡아 흉물이 되어있다. 뭘 할까 생각하다가 친구에게 거위 3마리와 살찐 오리 1마리를 얻어다 키우고 있다.

어제는 먹이를 주고 물구덩일 만들어 줄 요량으로 테니스장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더니 이 녀석들이 나를 포식자로 인식하고 달아난다.

이미 날기를 포기한 거위가 꽥꽥 경계의 소리를 지르며 뒤뚱거리며 뛰고 살찐 오리도 솔개를 발견한 두엄짜리 위의 두꺼비처럼 깜짝 놀란다.

문제는 살찐 오리다. 위급함을 느낀 그 오리는 빨리 도망치기 위해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려 날기를 시도한 것이다.

딱 10cm 정도 날았다. 아니 분명 다시 그 자리에 있었다. 날개만 몇 번 퍼덕였을 뿐이다. 그리고 넘어질 듯 꼬꾸라질듯하다가 겨우 중심을 잡고 거위를 뒤따라간다. 내가 그 꼴이다.

가방을 걸쳐 메고, 구두를 신고, 육중한 몸을 움직여 버스를 타려고 뛰어가는 순간 그 살찐 오리가 생각이 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슬풋다.

암튼 걷는 듯 뛰어 오리가 나에게 벗어났듯이 나도 버스에 오르는 데는 성공했다. 버스 안에서 '스키너의 상자'가 생각난다.

'나는 그 상자 안에 들어있는 생쥐가 아닌가.'라는 굶주린 생쥐가 먹이를 찾아 헤매다가 우연히 지렛대를 누르게 되고 장치에서 굴러 나온 먹이를 먹는다.

우연이 반복되다보니 학습이 되고 그 학습으로 인해 생쥐는 배가 고프면 지레를 누른다.
'나'는 생쥐와 다른가?

나도 생쥐처럼 07시 10분에 학습된 것은 아닌가? 단지 나에게는 다양한 지레가 주어졌고 그 지레에 걸맞게 다양한 먹이가 준비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좀 더 다양한 세상이라는 스키너 상자 안에서 미로처럼 복잡한 새로워진 지렛대를 누루며 다양한 먹이를 주섬주섬 먹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석학들이 정치인들이 그리고 돈에 노예가 된 재벌들이 설계한 일과 시간이라는 지레를 움직여 공간, 인간관계, 제물, 사랑, 안락함이라는 먹이를 얻어먹는 것은 아닌가.

지금처럼 복잡한 세상에서는 누가 생쥐이고 누가 스키너인가. 아니 모두가 생쥐이고 모두가 스키너인지도 모른다.

나도 오늘 새로운 지레를 만들면서 또 먹이를 얻기 위해 새로운 지레를 밟는다. 다양한 장치와 다양한 먹이로 이미 학습 되어진 새로운 생쥐 그 이름이 "쓩~"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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