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나를 위해 잔잔해주지 않는다

바다는 나를 위해 잔잔해주지 않았다
유년 시절 종이배를 접으며
꿈꾸던 섬을 찾아
떠났던 작은 배는 파도 속에
별똥별이 되어 산등성이로 꼬리를 감추었다

사라진 별똥별이 문득 문득 그리웠다
세월에 밟히고 밟혀 움푹 패인 심장으로
하루를 연명할 때도
농부의 눈물을 먹고 사는 양파가
매운 눈물 속에 단맛을 새겨 넣듯
이 정도면 됐다고
고생 끝에 낙이 있을 거라고
이마에 늘어난 주름살은 더 늦기 전에
어서 떠날 것을 재촉했다

시작이 없으면 좌절도 없을 것이다
내가 두려워했던 것이 무엇이었던가
바다에 풍랑은 있기 마련인 것을
몇 번의 거센 비바람과 함께 마주칠 공포의 하늘
너울진 파도가 비명을 삼키던 밤바다도
닥치면 헤쳐 나갈 길이 있다

뻘밭에서 녹슬어가는 닻을 힘차게 올리며
별이 출렁거리는 바다에 배를 띄운다
그곳까지 가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지만
그렇다고 가지 못할 까닭도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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