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부터 수업을 시작하며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주고자 할 때 나는 습관적으로 칠판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 그림은 단 6획으로 매우 단순합니다. 그리고 그림의 팔과 다리 모양만 변화시키면 다양한 의미가 전달됩니다.

그 이름은 청개구리입니다.

나는 모든 학생들이 청개구리를 닮았으면 합니다. 동화에 나오는 청개구리는 엄마 말을 지독하게 반대로만 행하는 못된 녀석이고 무던히도 속을 썩이는 속된말로 '꼴통'입니다.

"얘야, 동쪽으로 가거라."라고 말하면 "싫어, 난 서쪽으로 갈 거야" 산을 이야기 하면 바다를, 공부를 말하면 놀기를, 불을 말하면 물을. 아무리 야단을 치고, 달래고, 그 심통을 바꾸려 해도 요지부동 이었습니다.

평생 반대로만 행하는 자식청개구리에게 엄마가 마지막으로 한 부탁이 나 죽거든 냇가에 묻어 달라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숨을 거둔 엄마청개구리 곁에서 울던 자식청개구리는 그 동안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면서 "그래, 이번만이라도 엄마의 뜻을 따르자." 라고 결심합니다.

슬픈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성을 다해 냇가에 엄마청개구리의 무덤을 만들고 "엄마 죄송해요."
"그 동안 제 잘못을 뉘우치고 엄마가 돌아가신 뒤에서야 깊이 깨닫고 어머님 뜻하신 대로 개울가에 모셨습니다." 라면서 깊은 반성을 합니다.

그런데 어느 여름 날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는 겁니다.

그때서야 자식청개구리는 개울가에 묻어 달라는 엄마의 깊은 뜻을 알게 되지만 자신의 작은 힘으로 자연의 큰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급히 개울가로 달려가 엄마의 무덤을 찾아보았으나 이미 물에 잠겨 휩쓸려 간 뒤였습니다.

그 뒤부터 비가 내리면 엄마 생각에 "개굴개굴" 울게 됩니다.

그렇지만 요즘을 그렇지 않습니다. 핵가족화 되어버린 요즘 아이들은 헬리콥터 맘이 되어버린 부모의 틀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일어나라 "
"옷 입어라"
"씻어라"
"밥 먹어라"
"학교가라"
"학원가라"
"양치해라"
도대체가 스스로 판단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스스로 학과를 결정 할 수도, 연애도, 군대도, 여행도, 결혼도 심지어 신혼여행도 부모에게 허락받고 의지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허약해져 버렸습니다.

저는 비록 땅을 치고 후회할지언정 청개구리 같은 아이가 많기를 원합니다. 만들어지는 아이가 아니고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청개구리처럼.

비록 세상이 만만치 않고 한번 실수로 자신의 삶이 엉망이 된다 해도 세상 모든 사람들이 바보라고 손가락질해도. 그래야 훗날 하늘을 보며 웃을 수 있잖아요.

제가 그린 그림은 엄마가 “얘야”라고 불렀을 때 "네"하고 대답하면서도 먼 산을 처다 보면서 자신의 재미를 찾아 내달리는 청개구리 같은 개구쟁이 아이를 표현했습니다.

오늘도 어디선가 "네, 엄마" 라고 크게 대답하면서도 자신의 재미를 찾아 먼 산을 보고 내달리는 청개구리 같은 아이가 우리 곁에 많았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어렸을 때 행복을 맛보지 못한 아이청개구리는 평생 행복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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