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학파 마지막 유학자 화석 김수연 선생이 지난해 10월 16일 9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화석 선생 아들 유학자 김종회 의원에게 부안 3현과 화석 김수연 선생에 대한 질문에 다음과 같은 의견을 주었다.

화석 김수연 선생 생전 모습

▶질문1) 기호학파 맥을 이어오신 21세기 마지막 선비 화석 김수연 선생에 대한 업적과 지역사회에 끼친 영향은?

가장 큰 업적이라 한다면 율곡 이이-우암 송시열-간재 전우-양재 권순명- 서암 김희진으로 이어오는 기호학파 성리학의 정통을 계승하여 29세 부터 60여 년을 한결같이 후학양성에 매진하여 일체 학비를 받지 않고 1만 여명의 제자를 양성한 것 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평생 흰 옷과 상투 등 전통 복식을 고수하시면서 전통문화를 실천하셨으며, 학문적으로는 지식과 시문만을 숭상하는 기존 선비들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인간 본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실천을 강조하는 지행합일의 실천적 학문을 추구하셨다는 점이 업적이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에 영향이라고 한다면 우리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셨던 간재 전우-양재 권순명-서암 김희진 등 선생들의 학문을 계승하신 만큼 이 지역에서 행해지던 선비문화를 보존하시고 전수하셨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1:1 수업, 글 읽는 성독, 선비들이 학문의 성과를 스승에게 검증받는 예법인 상읍례, 각 종 제사와 예법 등 지금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선비문화들입니다.

또한 평생 후학양성에 힘쓴 결과 전국적으로 1만 여명이 넘는 제자를 양성하였는데 아무래도 고향인 김제와 인근의 부안, 전주, 정읍 등 전북 출신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지역 인재양성에 힘쓴 부분이 지역사회에 끼친 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2) 부안 3현에 대한 입장과 계승발전 방향은?

고려 말 지포 김구 선생은 회헌 안향 선생보다 먼저 성리학을 소개한 바 있으며, 선생을 배향한 도동서원(1534년 중종29년)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보다 9년 앞서 건립되었다고 하는 만큼 우리나라 성리학의 선구자로 재조명 되어야 마땅하다 생각합니다.

반계 유형원 선생은 잘 알려진대로 우리나라 실학의 창시자로 구한말 호남 3걸로 불리었던 매천 황현은 '천하의 재상감'이라 칭송할 만큼 대단한 학자입니다. 선생의 대표 저술인 '반계수록'의 내용을 살펴보면 토지, 조세, 정치, 행정, 군사 등 현실에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이며 그 개혁성과 실사구시 정신은 훗날 이익, 안정복, 정약용 등에게 큰 영향을 주어 실학의 대두를 불러온 근대적인 사회사상의 효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재 전우 선생은 구한말 기호학맥의 종장이자 국내 최고의 거유(巨儒)로서 자타공인 최고의 유학자였습니다. 기호학파 성리학의 기존 이론을 집대성하여 진일보시킨 '성사심제론' 등을 통하여 고유의 학문적 영역을 구축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전통과 도학의 중흥만이 국권 회복의 길이라 생각하고 3천의 문도를 이끌고 이 곳 부안 계화도로 들어와 후학을 양성하며 후일을 도모한 조선 마지막 성리학자라는 큰 의미가 있는 분입니다.

이처럼 세 분 모두 역사적으로 학술적으로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마땅한 업적을 남긴 분들이며 특히 이곳 부안에서 시대의 부조리를 개혁할 새로운 이상을 꿈꾸었다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이 세 분의 정신과 유물을 잘 활용하고 개발하여 부안의 가치를 더 한다면 부안이 갖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 새만금의 미래 비전들과 큰 시너지를 갖고 올 것 이라 생각합니다.

▶질문3) 간재 선생의 계화도 3천 제자 양성과 화석 선생의 후학양성에 대한 공통점과 차이점?

우선 아버님께서는 간재 선생의 재전 제자로 간재 선생의 학문을 계승하셨고 간재 선생의 도학 정신과 의리 정신을 평생 올곧게 실천하셨습니다.

두 분의 후학양성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율곡 선생으로부터 내려오는 기호학맥의 정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과 성리학적 가치, 도학 정신의 실천만이 세상을 구하는 길이라는 신념으로 그 맥을 후세에 이어주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차이점이라면 시대적 상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간재 선생께서 계화도 강학을 시작하셨을 때는 일제에 국권이 피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때문에 당시 시대 정신의 화두는 국권 회복이었습니다. 국권 회복의 방법론으로 간재 선생이 선택한 것이 우리 전통과 도학 정신을 지키고 양심을 밝히는 것이라 보았고 계화도로 들어오신 것입니다.

아버님께서 강학을 시작하실 때는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은 뒤였고 근대화와 서구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시대였습니다. 그 당시 유학, 특히 성리학은 버려져야 할 혁파의 대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경제성장이 이루어진 8~90년대 이후에는 거의 잊혀져 버린 옛 학문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예 유학의 종자 자체가 사라져버린 시대라 할 수 있습니다.

간재 선생 때만 해도 국운은 위태로웠으나 성리학은 여전히 주류 학문이었고 따르는 문도가 북간도에서 제주도에까지 수 만명이 분포하였으며 계화도 강학 당시에도 간재 선생은 지금의 교장이나 총장 같은 역할을 하셨고 기라성같은 제자들이 접장제도를 두어 학생들을 지도하였다고 합니다. 이처럼 성리학의 위상이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평생을 지켜나간 것은 성리학의 사상과 가치가 옳다는 신념 하나였습니다.

아버님께서도 식민통치와 민족상잔의 비극적 상황을 겪으시면서 당신께서 가야 할 길에 대해 고민하셨고 동서양의 많은 사상 철학을 연구하셨습니다. 한 때는 마르크스 사상까지도 깊이 연구해 요시찰 대상에도 오를 만큼 진리 탐구에 열성적이셨으며 최종적으로 얻은 결론이 공맹의 인의사상과 율곡 선생의 이기론이 가장 옳은 길이라는 데 이르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 뒤로 학생들을 지도하며 사람의 본분과 도리를 전수하시는 일에 매진하셨습니다.

성리학적인 가치의 추구, 기호학파 도맥의 전수 라는 것이 공통점이며 시대적의 환경 그에 따른 사명이 다르다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4) 간재 선생 문집의 정본화 작업과 화석 선생 문집 발간 계획에 대하여?

간재 사후 일제의 검열을 받아 문집을 발행하지 말라는 유언 때문에 제자들 사이에 문집에 대한 의견이 나뉘었고, 이로 인해 일부 제자들에 의해 문집이 발간되었으나 완전하다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후 여러 시도에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자료수집과 보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선 간재 선생 연원을 추종하는 유림들의 의견을 모으고 예산과 인력을 보강하여 정본화가 하루빨리 이루어지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버님께서 생전에 문집에 대해 "조선이 망한데는 당시 선비들이 시문만을 숭상하고 본질과 실천을 도외시한 탓이라며 성현의 경서에 이미 중요한 내용은 다 들어있으니 별도의 문집을 만들지 말라."라고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의 도리와 후인된 도리는 다르므로 탈상 후 제자들과 숙고하여 문집 발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예정입니다

▶질문5) 도동서원 복원과 전라유학진흥원에 대해 성리학자 입장에서, 지역 국회의원 입장에서의 전망은?

우선 예산과 행정력을 뒷받침해 2026년까지 예정된 지포 김구 선생의 도동서원 복원을 진행해야 하고, 우반동 지역도 반계수록, 홍길동전 같은 당대 최고의 개혁 사상의 탄생지로 재 정비 되어야 하며 계화도 간재 선생 유허 역시 실질적 활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리되고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인문학적 자원의 보존과 계승 발전을 위해 올해 전라유학활성화사업 국가예산 5억을 확보했지만, 그 구심점이 되는 전라유학진흥원의 부안군 유치 국가 예산 확보는 불발되었습니다. 부안군과 전북도 그리고 전라북도 정치권이 힘을 합쳐 올해 반드시 이루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질문7) 마지막으로 부안군민에 대한 인사 말씀

저는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로 오직 민생과 지역발전만을 생각하며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오로지 군민 여러분의 기대와 성원, 지지에 의한 결과입니다. 앞으로도 부안발전을 위한 국가예산 확보와 민생을 위해 더 노력하는 국회의원이 되겠습니다.

추위에 건강 잘 챙기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조봉오 기자  ibuan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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