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에 취하고 싶다

나는 그 산에 취하고 싶다
산새 소리에 취해
골짜기 능선을 넘나들고 싶고
풀벌레 소리에 취해
풀숲을 정신없이 뛰어 다니고 싶다
귀뚜라미 소리도 좋고
시원한 매미소리도 좋다
스쳐가는 바람소리에 취하고
흐르는 개울물 소리에 취해
마음 담그고 작은 신선을 꿈꾸고 싶다

나는 그 산에 취하고 싶다
듬직한 바위
만고풍상 다 견딘 당당한 모습에 취하여
그를 꼭 껴안고 입맞춤하여 주고 싶다
갈라진 틈새에 돋아난 바위손
마른 듯 젖은 끈질긴 생명력
그 생명을 취하고 싶다
앞산 어디쯤에서 긴 여운 되어 되돌아아오는
산울림을 취하고 싶어
골짜기 하나를 훌쩍 뛰어 넘고 싶다
산봉우리에 쉬고 있는 흰 구름을 앞세워
재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을
그리운 내 님을 찾아 가고 싶다

손짓 하지 않아도 가고 싶은
그 곳
한여름 뙤약볕을 가려줄
한 뼘 그늘이 있는
그 곳
눈붐베 피해 의지할 한 그루 나무가 서 있는
그 곳
붉게 물든 단풍이면 어떻고
벗어버린 나목이면 어떠랴

나는 그 산에 취하고 싶다.

(김영렬 부안문화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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