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깨달음

첫 시집 "별 찾아 가는 길"을
셀레임과 기다림으로
온 가족과 함께 맞이했다.

첫 대면 순간
아! 이게 아닌데
처녀작 이라
더 좋게 선보이려고
어렵사리 얻은 삽화가 빠졌다.

잠시 고요한 정적 흐르고
축하 꽃다발 뒤로 한 채
방에 들어가
우두거니 앉아있는 나에게
세 살 된 손자가 다가왔다

"할아버지
그림 빠져서 슬퍼,
그림 빠져도 괜찮아"라고 위로한다.
내 마음 울리는 위로의 한마디
삽화가 없으면 어때
시만 있으면 되지
본질이 중요한 것을 왜 모르지
어린 손자에게 충고 받아도
기분 상큼하게 좋다.

(시인 박형규 전 남원부시장·시인)

만덕산 이끼(사진-박형규 전 남원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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