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암고적開岩古蹟

대웅전 풍경소리가 오수에 젖은 시각
지팡이 끄는 대로 산이 오릅니다.
손을 흔드는 애기단풍 숲으로 푹 빠지며
고랑 하나를 건너느라
서너 발짝 가다가 땀을 훔치는 품새
산마루는 멀리 오릅니다.

곡신불사谷神不死, 예서 그냥 주저앉을까
무지의 골짜기에서 게가 어디라고
나무그늘에서 산이 쉽니다.

약수터 표주박 뒹글고 산객의 뒤를 따르는 길
쉬엄쉬엄 가는 것도 길이라고
나뭇가지마다 산이 글을 남깁니다.

산이 나를 오르기 전 내가 산마루를 넘볼 때
언제난 산마루는 지척이었습니다.
오름의 끝은 없지만 정상 닿아
오래된 미래에 원효선사 앉던 자리에 걸터앉으니
미래가 보입니다 환하게 밝습니다.

지팡이 친구삼아 개암산을 오릅니다.

(김영렬 부안문화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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