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범 목요 칼럼] 리더의 역할-더불어 산다는 의미

조인범 전 국회의원 보좌관

울어댄 적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아득한데 느닷없는 전화통이 울린다.

저녁밥숟가락을 짓고 피곤에 절어 널부러져 있을 때다.

손전화도 잘 하지 않던 그가 집전화통을 사수한 거다.

세상 별일이란 건 이를 두고 하는 말일 테지.

대뜸 치고 들어온다.

“야, 거시기 있잖여. 리던지 리더잔지 말여.”

“시방 그게 뭔 말여? 똥 싸고 밑 안닦은 거 맨치로”

“에이 ○팔 그 뭐시냐 회장인가 뭔가 허는 것들 말여”

“잉 근디? 회장이 뭐 어쩠다고? 뭔놈의 회장인디?”

“긍께 회장이라고 지덜 ○리는대로 혀도 된당가 시방?”

“그런디.. 알아듣게 말혀”

“........”

옆동네에서 논농사를 겁나게 짓고 있는 친구가 나를 붙들고 한참동안이나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럴 때는 기다리는 수밖에 별 뾰족한 수가 없다.

과연 얼마가 지나지 않아서 친구는 평상심을 찾았고 겸연쩍게 웃었다.

분을 삭이지 못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유인즉슨 공동체 회장의 역할 즉 리더의 품격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자기중심적 가치판단이 앞선 결과로 보였다.

깔끔히 마무리 지었지만 ‘과연 리더의 역할이 뭘까’를 생각하게 만든 통화였다.

내가 사는 사람 사는 세상에서 그 고리의 필연성을 어디에 둬야 할까?

특히 남자사람과 여자사람 사이에서 드러나는 관계의 울타리를 어떻게 하지?

언제 어떻게 치고 유지시켜갈 것인가는 공동체의 성패를 가르는 문제이기도 한데 말이지.

그 중심에 공동체의 성패를 가르는 리더 즉 지도자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데 말이지.

(리더 또는 리더십에 관한 정의를 살펴보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만도 대략 850여 가지를 넘나든다고 알려져 있다. 리더와 리더십은 일맥상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회적 내지 관계적 관점에 투영시키는 리더의 품성과 가치를 배제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수많은 리더의 정의 중, 구성원이 맺고 있는 관계와 구성원이 수행해야 할 과업의 관점에서 리더나 리더십의 역할을 뜯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둘을 혼용한다 해서 뭐 대수일까? 수많은 정의 중에서 피들러의 상황이론을 리더의 핵심으로 추려봤다. 동의하지 않는다 해도 무방하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교수였던 프레드 피들러(Fred Edward Fiedler, 1922.7.13.~2017.6.8.)가 1967년에 개발하고 발전시킨 상황이론에 따른 리더십의 정의이다. 구체적으로 리더가 자기 의견에 반대하는 구성원을 어떻게 대우하느냐에 따른 리더십 유형으로 과업지향이냐 아니면 관계지향이냐로 분류하는데 ‘최소선호 동료(Least-Preferred Coworker, LPC)’가 리더십의 구분척도이다.

LPC 척도는 과거 또는 현재의 ‘함께 일하기 가장 싫은 동료’를 생각하면서 동료의 등급을 매기는 것이다. 등급에 따라 과업지향적(task motivated)리더와 관계지향적(relationship motivated)리더로 구분한다.

피들러에 따르면, 해당 집단에서 가장 껄끄러운 구성원까지도 만족시키려고 애쓰면 관계지향리더로 분류되고, 그런 구성원의 의견을 무시한 채 과제를 수행하는 데 몰두하면 과제지향리더로 분류된다. 과제와 관계중심에서 오는 성취도에 따라 “지시형리더, 참여형리더, 판매형리더 그리고 위임형리더로 세분화 할 수 있다”고 한다. 각자의 특장점이 있겠지만, 어떤 한 유형의 리더가 모든 상황에 효과적이기보다는 공동체 관계의 성숙도에 따라 효과적인 리더의 스타일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결국 훌륭한 리더는 공동체 구성원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알고, 그에 일치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 과정을 진행하는 사람이다. 구성원의 실제 상황과 기대를 잘 이해하려면 수평이면서 양방향 의사소통은 필수다.

그런데 많은 리더들이 본인은 소통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일방향인 메시지 전달에 그치는 경우가 흔하다. 소통의 핵심은 '의미 공유'이기 때문에, 서로 간의 '동상이몽'을 해결할 때 참된 소통에 가까워질 수 있다. 리더든 구성원이든 서로 상대의 생각과 의견을 '잘못' 인식하지 않는 습관이 중요하다.)

친구는 왜 회장의 역할에서 분을 삭이다 못해 내게 전화했을까?

한바탕 설전을 벌인 뒤였을 것이다.

피들러의 정의에 견주어 내가 볼 땐 상대와 어긋난 가치의 문제일 것이다.

사람에 대한 가치, 사람평가에 대한 가치의 문제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

리더의 역할 이전에 ‘내가 쏟아낸 말로써 상대의 마음을 살핀다면’ 가치판단은 그 다음의 문제가 될 것이다.

“네가 왜 다른 누구하고만 일처리를 하느냐?

왜 줏대도 없이 누구 편에서 휘둘리느냐?” 하는 구성원의 말본새는 정말 무책임하다.

관계지향이냐 과제지향이냐의 편향성보다는 조화로움을 찾아 구성원 모두의 과업으로 완결하는 게 진정한 리더의 역할이 아닐까.

피들러가 말한 리더의 정의와 역할구분을 따르지 않더라도 리더의 역할은 분명하다.

전체를 위한 조화로움을 선택하는 게 바로 리더의 모습이고 책임성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한 발짝씩 뒤로 물러서서 반 발짝씩 나아가며 다지는 조화로움이기 때문이다.

친구는 그가 속한 공동체의 리더와 구성원 모두가 조화로운 결정을 이뤄내기까지 또 다른 리더로서의 역량을 발휘했을까? 밭고랑을 탈 때처럼 온 힘을 모아갔을 것이다. 그게 더불어 사는 사람세상이므로. (조인범. 부안스케치 회장/전 국회의원 보좌관, 부안군청 대외협력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