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산길

자기  명 다하지 못하고

누군가 세상 떠났나

밤새 바람이 얼마나 몰아쳤는지

눈발 서 있는 산길

섣달 보름달

재 넘기전

자기 그림자 산길 따라

길게 드리우고

가야 할 것 들에게

미련 없이 가야  한다고

조용히 호명하며 재촉한다

동녘엔 여명 빛이

호수 쨍쨍 언 가장자리부터

빛을 모아 천천히

산길 드리워진 달빛 지우는 새벽

산 아래로 내려 올 때

달빛으로 그려 놓은 발자국이

지워지기 전

산 짐승은

다시 산 위로 올라가야 한다

산길 따라 발자국 남긴

산 짐승도

사람과 똑 같이

겨울 바람에 외로움을 타는가 보구나

(박형규 전 남원부시장·시인)

국사봉 일출(박형규 전 남원부시장, 부안 주산 출신)

부안인터넷신문  webmaster@buan114.com

<저작권자 © 부안인터넷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