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봉우리에 철쭉꽃 피는 것은

사람이 오래 전부터 넘어 다녔던

재(岾)와 치(峙) 위로 구름 흐르고

그 위로 은하수가 흐른다

처해 있는 삶의 무게 버거운지

어둠 속 흐느끼는 물소리

산새 소리 들으며 높아지는 고산정(高山頂)

침묵이 가득하다

침묵을 배경으로 솟아오르는 봉우리

여명 돋을 때

삶의 곤고함으로 몸 뒤틀린 철쭉

맑은 이슬로 몸 씻고

고운 별빛으로 단장하여

일 년 한 번

자신의 생을 피운다

산에 진홍빛 화관이 씌워짐은

있는 자리에서 높음을 시샘하지 않고

생이 끝날 때 까지

함께 있어줌이라

(박형규 전 남원부시장·시인)

사진-박형규 전 남원부시장, 주산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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