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개비 나비되어

옥수수 탐스런 붉은 수염

앞서가는 세월 이기지 못해

다 털릴 무렵

숲에서 매미가

숨 넘어 갈듯 울다

고단함으로 찌든 옷을 벗는 여름

가을 기다리는

억새에 가리여

보일 듯 말 듯

달개비 몇 포기

벼랑 위에서

나비되어 날고 푼 꿈을 키우고 있다

달개비는

초록 비단 주머니 열어

두 손 내밀어

구름 뚫고 힘겹게 오르는

하루해 가슴에 품고서

햇빛으로 영근 이슬이

정수리에 떨어질 때

쪽빛 나비되어

운해 위로

꿈을 찾아 훨훨 날아간다

(박형규 전 남원부시장·시인)

사진-박형규 전 남원부시장, 주산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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