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을 꿈꾸며

여기저기 나무들이

한 생을 떨군 뒤

철새 멀리 보내는

휘파람 부는 시절

향교 뜨락 오래된 은행나무

첫눈 오기 전까지

어떻게 하든

가는 가을 붙잡으려고

노오란 등을 하늘에다 달아 놓고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아쉽게도

북으로부터 검은 구름 몰려오더니

한옥마을 기와지붕에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이제 막 초록 부채에서

황금빛 부채로 바꾸어

보란 듯이 자랑하고

멋지게 떠나려 했는데

그게 아니야

때가 되었으니 그냥 가야한다는

바람소리

아쉽지만 속울음 멈추고

또 다른 한 생을 꿈꾸며

노랑나비 되어

훨훨 날아간다

(박형규 전 남원부시장·시인)

사진-박형규 전 남원부시장, 주산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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