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소방서 예방안전팀장 이준래

최근 전북의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새벽 5시경 발생한 화재는 관계자나 입원환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던 시간으로 대형화재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컸다.

고령 환자와 거동 불편한 환자가 대부분인 요양병원 특성상 다수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련의 요양병원 화재 발생 시 수십 명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한 사고와는 비교될 수밖에 없는데 이유는 있었다.

다수 사상자가 발생한 화재를 보면 소방시설 작동이 되지 않았거나 관계자들의 화재에 대한 준비 부족이 여실히 보였고, 앞선 화재사례에서는 요양병원 관계자와 직원들의 화재에 사전 대비가 철저했던 것으로 확인되어 이번 화재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성은 크다고 볼 수 있다.

해당 요양병원은 지난 『2022년 소방훈련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초기 대응능력이 검증된 대상으로 스프링클러설비 등 소방시설이 완벽하게 작동하여 초기진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보행 불편 환자는 저층에 배정하는 한편 환자 상태에 따라 각기 다른 색상의 팔찌를 착용하여 피난 시 우선순위를 정하였다. 이렇듯 환자 거동 상태에 따른 대피 방법의 차별화와 안전 매뉴얼 등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었으며 거기에 주기적인 반복 훈련을 통해 신속하게 환자들을 대피시켜 사상자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건축물은 대형화 되어가고 있고 수용인원도 수백 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커져 가는 가운데 안전관리에 관한 관심은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소방대 도착 전 초기진화와 인명 대피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해가고 있다.

이에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37조와 38조에 『소방훈련과 소방안전교육』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 일정 규모 이상(소방안전관리자 선임 대상) 은 매년 소방훈련과 소방안전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도록 하였으며 각 소방서에 “소방훈련 지원센터”를 운영하여 소방훈련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컨설팅해 주고 있으니 신규 안전관리대상물과 소방훈련에 미숙한 대상물은 적극적으로 이용을 추천하고 싶다.

완벽한 소방시설이 설치되고 매뉴얼이 만들어져 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인가?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 자동 소방시설은 유지관리를 철저히 한다면 화재를 감지하여 자동으로 동작하겠지만 초기소화에 필요한 소화기 및 옥내소화전 사용과 수용인원에 대한 적절한 대피 훈련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화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일반인의 대처 능력은 정상보다 최대 40%까지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를 본적이 있다. 우스꽝스러운 얘기로 들리겠지만 화재가 발생하자 불구덩이로 소화기를 던지는 사례와 같이 패닉상태에 빠져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예를 들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진도 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였고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라고 볼 수 없는데 지진에 대한 경험이나 훈련 부족한 우리나라에 비해 어렸을 때부터 지진에 대한 훈련과 교육이 몸에 밴 일본은 침착하게 지진에 대응이 가능한 것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위기나 위협에 직면하면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내기보다는 과거에 습관화된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가장 창의성이 필요한 때에 역설적으로 가장 경직된 사고와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화재가 발생한 상황에서 소화기 또는 옥내소화전 등을 통한 초기진화와 다수의 인명을 대피시키기 위한 일사불란한 행동들은 체계적인 반복훈련 없이는 불가능하고, 소방기관에서 매년 합동훈련과 자체 훈련을 시행하도록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반복적인 소방훈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관계자와 안전관리자의 체계적인 훈련계획과 종사자들의 적극적인 훈련 참여가 소중한 인명과 재산을 지키는 지름길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 주길 바란다.

부안소방서 예방안전팀장 이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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