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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 '변산에서 쓴 편지'.. 그리고 박형규 사진

(매주 시와 사진을 보내주고 있는 박형규 작가는 주산면 소주리 출신으로 부안군 재무과장, 남원부시장을 역임했다. 학창시절에도 책을 놓지 않는 학구파였으며 공직에서는 선후배들로부터 존경받는 모범적인 생활을 했다.

부안을 배경으로 하는 사진 작품이 부안인터넷신문 인기 순위 1위, 2위, 4위에 오를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내소사 설경, 계화도 일출, 석불산 꽃무릇 등이 대표작이다.

이번 주에는 정호승 시인의 변산에서 쓴 편지를 특별히 추천했다. 부안의 아름다운 풍경을 시에 담은 것에 본인의 사진을 더했다.

박 작가는 공직 퇴임 후 돈 벌기 위해 아등바등 애쓰는 삶이 아닌 작품활동과 신앙생활에 몰두하고 있다.

정호승 시는 가수 안치환이 불러 더 유명해졌다. '수선화에게',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이번에는 '변산에서 쓴 편지'이다./편집자 주)

 

 

변산에서 쓴 편지

(정호승 시인)

 

 

변산에서는 낙조대에 가지 않으려 해도 가게 된다

낙조대에서는 해가지지 않으려 해도 지게 된다

아들아

서울에서 지는 해도 보지 못한 채 떠돌지 말고

빌딩 사이로 뜨는 해도 보지 못한 채 잠들지 말고

변산 앞바다에 와서 먼저 지는 해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라

해가 왜 지는지

해 지는 갯벌이 되어 세발낙지처럼 편안히 발을 뻗고 누워보라

소라껍데기 속에 웅크린 주꾸미처럼 웅크려

고요히 해 지는 소리를 들어보라

골목 끝까지 너를 따라다니던 희망의 흰 그림자 비로소

웃음을 되찾고 자꾸 웃을 것이다

너도 덩달아 하얀 웃음의 알을 주꾸미알처럼 자꾸 낳을 것이다

지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지지 않고 어떻게 해가 뜨고

지지 않고 어떻게 너를 이길 수 있겠느냐

아무리 바빠도 아들아

오늘은 변산 앞바다에 떠오른 일몰의 연꽃처럼 왔다 가라

직소폭포 물소리에 한쪽 귀라도 씻고 돌아가라

가다가 격포 채석강 붉은 절벽에 매달려

만권의 책을 꼭 읽고 가라

사진-박형규 전 남원부시장, 주산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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