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깨우는 소리

어둠이 만들어 놓은 공간으로
한줄기 햇살 숨어들면
먼 길 걸어 지친 사내
밤이 만들어 놓은 세상으로 빠져들어
전혀 다른 세계를 만들어 또 걸어간다.

옛날 유산의 흔적인 이경 별빛 내리면
더 어둡고 작은 비밀스런 사각 틀에 들어가
스스로 갇힌 채
푸른 성을 끊임없이 쌓다가 헌다.

밤새
산새들의 내밀한 모습 보고 있는
달빛에게 그만 보고 가라는 신호인가,
새벽녘 까지 앞날에 대한 염려 때문에
33번 별빛 소리가 덩덩
산울림 타고 내려오니
해가 더디 올까봐 준비하라는 기척인가

어둠이 머문 사각 틀에서
옷매무새 흩어진 채 일어나 사나이
낮은 산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예전에는 들리지 않았는데
나이 들었나,
허망한 성을 쌓지 말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진-시인 박형규前남원부시장, 안면도 꽃지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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