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민여러분!
부안사람들 스스로 호민(豪民)이 되어 부안의 운명을 만들어갑시다.

저 김경민은 23년 전 서울생활을 접고 어머니, 아버지가 묻혀 있는 땅, 제가 태어난 땅, 사랑하는 고향 부안에 정치인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20년 넘게 국회의원, 군수가 되고자 했던 다섯 번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의 정치적 위상을 생각하며 ‘서울에 그대로 있었으면 진즉 국회의원이 되었을텐데’라고 아쉬워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저는 제가 택한 길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고향에서 정치하는 동안 저의 선택이 잘못된 때도 있었고 운이 닿지 못하여 때를 놓친 부분도 있었습니다만 정치인 김경민, 인간 김경민은 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했고 신념 속에서 손해도 감수하고자 하였습니다.

가슴 아픈 가정사에 대해서도 변명 한번 하지 않았고 정치적 이해관계자들의 숱한 모함 속에서도 인간적인 것만은 지키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오늘 1895년 4월 24일 세상을 바꿔보고자 했던 녹두장군 전봉준이 교수형을 당했습니다. 그의 유시를 소개하겠습니다. 그는 현장에서 ‘나는 바른길을 걷다가 죽는 사람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 時來天地皆同力

運去英雄不自謀

愛民正義我無失

爲國丹心誰有知

때가오니 천하가 모두 힘을 같이 했건만

운이 다하니 영웅도 스스로 할 바를 모를레라

백성을 사랑하는 정의일 뿐 나에게는 과실이 없나니

나라를 위하는 오직 한마음 그 누가 알리 』

저 김경민은 고향이 나를 몰라주더라도 후회하지 않겠습니다.

지나간 세월을 그리워할망정 원망은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천상 부안사람이라는 것과 부안 땅은 어떤 곳인가 그리고 우리 부안이 어떻게 나아가야하는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조선시대 허균의 호민론(豪民論)을 말합니다.

홍길동의 저자 허균은 호민론에서 민중을 항민(恒民), 원민(怨民), 호민(豪民)으로 나누었습니다.

항민(恒民)은 ‘권력자들에게 순응하고, 그들의 만족을 자기만족으로 착각하고, 늘 보이는 것에 얽매이며, 시키는 대로 법을 받들고 권력자들에게 부림을 받는 자’라고 했고,

원민(怨民)은 ‘권력자의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걱정하고 탄식하며 권력자를 원망만 하는 자’라고 하고,

호민(豪民)은 ‘권력자의 부당한 대우나 현실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사태를 바꾸기 위해 직접 나서는 자’라고 규정했습니다.

호민이 반기를 들고 일어나면 원민들은 소리만 듣고도 저절로 모여들고 항민들도 살기를 구해 따라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지은 한글소설 <홍길동전>에서 홍길동이란 인물을 호민의 대표로 형상화했습니다. 그가 ‘천하에 두려워 할 자는 백성뿐이다’라고 한 것은 바로 호민을 두고 한 말입니다.

허균의 호민론을 오늘 날 우리 부안사람들에게 적용해볼 때 호민, 원민, 항민 중에서 호민의 비중이 얼마나 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허균은 우리 부안과 인연이 많았습니다. 그의 저서 ‘성소부부고’를 보면 이매창을 뛰어난 시인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매창 생존 시 부안에 와서 매창과 시를 주고받으며 부안의 뛰어난 풍광을 노래했고, 1610년 매창이 죽고 난 후 3년 뒤 부안을 찾아와 정사암에서 <홍길동전>을 저술했습니다.

조선의 주류 명문집안 출신이요, 조선의 대문장가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허균이 우리 부안 땅을 찾아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로되 그가 우리 부안 땅에서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동학 2대 교주 해월 최시형 선생은 부안에 며칠 머물면서 ‘開花於扶安 (개화어부안)’ ‘結實於扶安(결실어부안)’이라고 했습니다.

부안에서 꽃이 피고 부안에서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예언한 것입니다.

부안 땅의 김낙철 대접주는 전봉준의 거병요청을 단호히 거절할 정도로 기개가 높던 사람으로 부안민중을 보호하고 나주 땅에 쌀을 보내줄 정도로 애민정신이 투철했습니다.

그는 집강소를 설치하고 민주적 자치를 했던 탁월한 민중지도자였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부안 땅은 어떤 곳입니까?

예로부터 너른 들판과 바다, 산에서 어염시초 풍부하고 자연풍광이 뛰어나게 아름다운 곳입니다.

인심이 후해서 가활만민의 땅, 수 만명을 능히 먹여살릴 땅으로, 외지의 사람들에게는 관용의 땅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날도 많은 외지사람들이 부안 땅을 편하게 많이 찾아들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부안은 두레 품앗이로 각자도생이 아닌 유무상자(有無相資)를 실천했던 아름다운 공동체를 유지했던 곳입니다.

근래에는 동학의 집결지로 그 기개가 높았지만 주류산성이 말해주듯이 백제부흥의 꿈이 서린 마지막 항거지로 자긍심의 땅이기도 합니다.

부안은 인재의 땅이자 예향으로 이름이 높았습니다.

반계 유형원이 부안 땅에서 실학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부안의 인재로는 문과 급제자 63명(고려 10명, 조선조 53명) 무과 급제자 150여명으로 고려시대 김구, 조선시대 고희장군이 있습니다.

일제에 항거한 백정기의사, 영원한 사회주의자 지운 김철수 선생이 우리 부안사람입니다. 조선말 간재 전우선생도 계화도에서 일제에 항거했습니다.

숫자는 많지 않지만 대단한 인재의 땅이었습니다. 지금도 서울, 미국, 영국, 독일에 가보면 부안출신들이 이름을 날립니다. 하다못해 전주에도 이름을 알 만한 사람들 중에 부안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 부안땅은 예향입니다.

일찍이 이매창은 그의 문집이 하버드대학 도서관에 있을 정도로 세계적 여류시인으로 우리 부안문인들의 자랑이었고 목가시인으로 알려진 신석정 시인을 배출한 곳입니다.

그런데 이 아름답고 어염시초 풍부하여 인심이 후하고 관용의 땅이었던 우리 땅 부안이 소멸위기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인구조차 18만 명이 현재는 5만 4천명에 불과합니다.

풍어의 바다 칠산어장을 새만금에 뺏기고 맨손어업으로 생계가 넉넉했던 부안의 어민들은 혹독한 가난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우리 부안군민의 권리를 빼앗긴 채 새만금에서도 변방으로 밀려나있고, 누구하나 제대로 항의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근래 외지인들의 목소리에 개미 목소리정도 보태고 있는 실정입니다.

흔한 말로 머지않아 군산시, 김제시 부안면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김구선생은 ‘나라의 크기가 땅의 넓고 좁음이 아니라 인재를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없느냐가, 큰 나라이냐 작은 나라이냐’ 라는 기준이 된다고 했습니다. 이제까지 부안은 있는 인재도 무시하고 버렸습니다.

부안사람들은 부안의 인재를 키우고 아껴야합니다.

왜 그런지 우리 부안은 갖출 건 다 갖추고도 스스로 부안사람이라는 주체적 생각과 움직임이 부족합니다.

부안사태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부안을 떠나갔습니다. 이제는 모든 걸 잊고 하나로 통합해야 할 때입니다.

외지인들이 주도하는 이념과 가치논쟁을 떠나야 할 때입니다.

부안에는 어른이 없다고 합니다. 언제부턴가 목소리 큰 사람들만 인정받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부안의 고유한 전통과 관습, 그리고 노장·청년들의 예의, 관습이 정립되어서 우리 것을 우리 것 답게 찾아야 합니다.

부안을 바꾸고자 하는 호민이 절대적으로 많아져야 합니다.

부안에서 낳은 사람은 외지에 있어도 부안사람 입니다.

외지에서 왔어도 아들, 딸들을 낳고 그 자녀들이 부안의 학교를 나오면 그들은 부안사람입니다.

부안사람에게 시집와서 부안에서 사는 여성도 우리 부안사람입니다.

그러나 30년을 살았어도 부안사람들을 무시하고 계도하고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여 물과 기름처럼 사는 사람들은 부안사람이 아닙니다.

부안사람들이 동참하지도 않은 이념과 가치로 자기 인정, 자기만족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부안사람이 아닙니다. 부안사람들에게 돈을 벌면서 외지인들 편을 드는 사람도 부안사람이 아닙니다.

조금 배웠다고 직업이 좋다고 째를 내며 부안사람들과 동떨어진 사람들은 부안사람이 아니고, 외지인들이 장악한 언론도 부안사람들의 언론이 아닙니다.

부안사람이지만 자기 출세에 따라 부안을 배신하고 그때그때 자기합리화 하는 사람은 부안사람이 아닙니다.

정치적으로 오랫동안 소외되었던 호남은 김대중을 끝까지 지켜 호남의 자존심과 호남의 이익을 지켰습니다.

이제 부안이 정치적으로 국회의원을 배출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우리 부안사람들이 주체적으로 뭉치면 우리 부안의 자존심과 이익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부안에 사는 우리 모두는 진정한 부안사람이 되어야합니다.

그러기에 스스로 지방자치에 총력을 기울여 부안만의 전통과 관습, 지역의 이익을 챙기고 그 이익이 우리 부안인 대다수에게 돌아가게끔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부안군민여러분!

저는 이제 생활인으로 돌아갑니다.

부안사람들의 권익을 위해 할 수 있다면 적은 힘이나마 보태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새만금을 해수유통 시키고, 30여 년 전에 잃어버린 갯벌을 찾고, 소수 토건세력과 부안을 소외시키고 배척하는 정치적 세력에 맞서, 부안의 이익을 지키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각자도생이 아닌 유무상자의 부안을 만들어 가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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