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범 부안스케치 회장(전 국회의원 보좌관)

평생교육이 주류고 대세인 시대

평생학습프로그램의 내실을 갖춤으로써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받기 위한 노력들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각 지방자치단체(시·군·구)의 행정지향점을 살펴보아도 그렇다. 평생학습도시로 지정이 되면 얼마간의 인센티브까지 주어진다고 한다. 평생학습과정에 호응하고 참여하는 부안군민들이 상당히 많은 것을 알고 나는 적잖게 놀랐다.

“성님, 근디말여 부안스케치가 뭐다요?”
“그러게. 왜? 부안스케치에서 뭐라 혀?”
“부안도 알겄고, 스케치도 알겄는디 도무지 뭣들 하는지 몰르겄당게”
“그러게...”

‘부안스케치’는 1인미디어를 지향하는 영상제작 학습동아리

부안스케치는 부안군 바래평생학습과정에 개설된 학습프로그램인 ‘1인미디어유튜버양성과정’에 등록한 수강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학습동아리이다. 정규학습 외에 매주 화요일 오전에 2시간씩 자율학습을 이행한다.

영상제작에 필요한 기획·구성안과 시나리오, 촬영과 편집에 이르는 전 과정을 스스로 학습하고 익혀 나간다. 학습에 어려움이 있을 때는 서로를 격려하면서 문제들을 합심하여 풀어나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부안스케치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만큼 1인미디어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학습동아리 활동을 하는 중에 뜻밖에 제안을 받는 일이 생겼다. 부안스케치가 너무도 열정적으로 학습하는 모습을 보고 뭐든 함께 하고 싶었다는 인사는 덤이었다. 부안군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문화·예술인 및 체험활동가)를 찾아 영상을 제작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더욱이 ‘2020 전라북도 문화정책 콘서트’에 제출할 영상을 말이다.

그런데 부안스케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나는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영상제작에 관한한 나는 완전 잼뱅이었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1인미디어에 관심을 갖고 활동한 부안스케치 회원들은 영상제작의 초보자 딱지를 떼어냈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회원들은 완전 초보자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 나는 부안스케치 회원들의 열망이 이렇게 커도 되나 하고 깜짝 놀랐다. 기왕에 시작한 영상제작과정인데 한 번 해보자는 열정들이 들숨을 내보내듯이 후하고 내게 밀려왔다. 정말 대단했다. 해보자는데 망설일 이유는 전혀 없었다. 부안스케치 회원들이 한마음으로 ‘2020 전라북도 문화정책 콘서트’에 제출할 영상제작에 시동을 걸었다.

물론 중간 중간에 더러 어려움과 제작위기도 있었지만 영상제작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운영진 회의를 서너 차례 개최하여 활동가섭외를 결정했다. 활동가를 처음 인터뷰하던 날 “이렇게 해도 될까”란 의문점도 들었고 그 과정에서 또 한 번의 어려움에 봉착했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예서 멈출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약간의 비난을 무릅쓰고 직진했다. 모든 과정은 부안스케치 운영책임자인 내가 책임지면 될 일이었다.

영상제작의 뼈대는 기획과 구성, 촬영과 편집은 그 다음 과정

‘1인미디어유튜버양성과정’수업 중에 배운 그대로 활동가에 최적인 맞춤기획안과 구성안을 마련하고, 시나리오와 콘티를 짰다. 추석연휴에도 불구하고 일단 시작하고 나니 부안스케치 회원들은 숨겨진 열정들을 쏟아냈다. 부안에서 오랫동안 문화예술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무용가 유경숙 선생님을 만나 출연자 인터뷰를 하고, 그가 창단한 예화무용단 단원들의 실제 연습장면을 세심하게 촬영했다.

‘뮤지컬 꼬마매창’으로 수차례나 해외공연을 다녀온 그들이었으니 한순간이라도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다. 촬영장비는 오직 최신 스마트폰 네 대뿐이었지만, 촬영에 참여한 회원들의 열정은 촬영장비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지금까지도 나는 그들의 열정에 무한한 신뢰와 고마움을 갖고 있다.

부안군 인구가 감소하면서 예화무용단 단원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는 유경숙 선생님의 인터뷰 장면은 부안스케치 회원들을 숙연케 했다. 한국무용을 배우고 익혀서 예화무용단에 입단하려고 부안으로 오는 사람들이 있다면, 부안군 인구늘리기에도 기여하지 않겠냐고 반문하는 대목에선 유경숙 선생님의 눈빛이 더욱 빛났다.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 속에서도 튼실한 열매를 맺은 인터뷰였고 촬영이었다.

꼼지락거리듯이 찬찬히 시작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도민평가단과 문화벼리단의 평가가 지난 20일 있었다. 전라북도 14개 시·군에서 하나씩 제출한 영상을 꼼꼼히 살피는 도민평가단의 온라인 평가와 문화벼리단의 현장평가를 종합해서 순위발표도 있었다.

촬영장비의 미진함과 순전한 아마추어의 호기어린 열정만으로 시작한 영상작품이었기 때문에 순위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순위에 진입했단다. 이럴 수가 있을까. 늦은 오후였다.

평가! 열정으로 열망을 채워

“국장님...”했는데 주변이 너무 조용한 것 같았다.
“아, 네. 회장님. 아직도 평가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 끝나시면 전화해주실 거죠?”

3등이라 했다. ‘2020 전라북도 문화정책 콘서트’가 내세우는 주제에 가장 부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단다. 4분짜리 영상만으로도 의미전달이 제대로 된 작품이란 평가를 받았다 했다. 예화무용단원들의 인터뷰장면도 포함시켰다면 더 좋았을 것이란 평가였다 했다.

짧지 않았던 그 순간들이 쓰윽 스쳤다. 부안스케치 회원들의 모습과 수업과정, 동아리학습과정과 촬영 및 편집과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부안스케치, 그저 고마울 뿐이다. 유경숙 선생님과 예화무용단 단원들의 열정에도 새삼 깊은 감사를 드린다.

부안스케치의 열망을 채우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부안 1인 미디어의 미래를 여는 대문을 활짝 열어젖혀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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