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범 전 국회의원 보좌관

오늘은 소소하게나마 법(法)적 상상력을 발휘해보려 한다. 살다보니 어떤 일의 결과를 두고 “그 때 이랬으면 어땠을까?”라고 뒤돌아보는 경우를 대부분 경험했을 것이다. 삶에서 찾아드는 인과관계의 당연한 귀결이다. 원인(가설)이 옳은 것이냐 그른 것이냐에 따라 어떤 일의 결과(결론)도 옳고 그름으로 나뉘게 된다. 더욱이 이 명제(결론)설정이 법적용의 울타리 안에서 벌어진다면 어떨까. 특히 법형성적 측면에서 법적 안정성과 형평성, 보편타당성을 해(害)하는 협의의 법리(불문법적 요인과 문리해석만)를 적용함으로써 결론의 옳고 그름이 나뉜다면 어떻게 될까. 

새만금방조제 관할권에 관한 법(성문법과 불문법)적 결정과정이 바로 이 범주에 포함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단지 나의 아둔함의 발로로 인식된다면 차라리 낫겠으나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로마법에서 형성된 법언(法諺)인 ‘피레네 산맥 이쪽에서의 정의는 저 쪽에서는 불의이다’라는 법의 상대성 원리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새만금방조제의 이쪽과 저쪽, 시작과 끝에서 느끼는 법익과 법상식, 법감정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새만금개발사업은 지난 30여 년간 부안군민과 어민에게는 남다른 희생이 요구되었던 국가사업이었고 앞으로도 그 희생은 지속될 것이다.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몸부림도, 방조제공사 반대투쟁도, 갯벌을 지키려는 연대투쟁도 부안군민은 피를 토하듯 치러냈다. 

방조제 축조에 소용되는 돌덩이와 흙도 부안군의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면서 조달해 갔다. 부안앞바다 칠산어장을 지켰던 아름다운 해창석산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렸다. 내부공사가 속도전으로 돌입한 3~4년 전부터는 갯벌을 뒤집고 빨아들여서 바다매립토로 사용한 비산먼지(뻘)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사는 부안군민이다. 농사짓는 것은 물론 숨쉬기조차 곤란지경에 빠졌다고 호소하는 부안군민이다.

이렇게 부안군민이 생명을 부여잡고 몸부림칠 때 김제시민과 군산시민은 어디에 있었는가. 뻘먼지의 피해를 그들도 고스란히 떠안고 사는가. 새만금개발공사를 정치놀음으로 시작한 정치인들과 새만금사정은 뭣도 모르면서 법적 잣대만으로 결정한 사법권은 옳은가. 바다생활권의 역사성과 지리적 특성은 안중에도 없을 정도로 무가치한가. 어떤 때는 성문법을 또 어떤 때는 불문법으로 재단하는 그들의 결정이 늘 옳은가. 세상살이엔 법보다 중한 게 참으로 많다는 걸 왜 모르는가.

생각이 많아 서두가 길었다. 새만금방조제가 완성되었고 내부매립공사가 한창인 현재에 이르러 방조제 관할권에 관한 쟁송절차도 마무리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전개될 행정절차에서 3지자체간 많은 논란이 예상되는 시점에 방조제 관할권의 결정과정에서 적용되었던 법(불문법)적 내용을 살피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첫째, 기결정된 새만금방조제 관할권은 새만금개발사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부안군과 부안군민의 보상법익을 침탈(侵奪)한 것이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도 당연히 뒤따른다. 기여한 곳에 보상이 뒤따르는 것은 보편적인 상례이다. 힘없는 자에게 뭐 던져주듯이 사법권이 결정한 부안땅덩어리 4.7km 방조제(전체 33.9km)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모두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새만금개발공사의 시작점이고 가장 큰 기여를 한(가장 큰 피해를 감수한)건 부안군이고 부안군민이다. 부안땅덩어리를 4.7km로 한정한 법리의 오인이 그러한 보상적 부안의 법익을 침탈한 것이다.

새만금개발공사가 시작되면(가정) 이미 김제의 바다는 사라질 수밖에 없는(결론) 원인과 결과가 분명한 새만금사업에서 난데없는 ‘바다를, 내 땅을 찾자’라는 미명하에 부안의 법익을 침탈한 경우를 누가 용인했단 말인가. 잘못된 정치권력의 소용이고 잘못된 사법권력의 소용이다. 내 땅이 사라진다고 바닷길이 막힌다고 김제시민들이 새만금사업반대를 위한 연대투쟁을 했다는 소리를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 점에서 새만금개발사업은 그들에게 관심 밖의 일로 존재했을 것이다. 

둘째, 멀리도 아니고 근자에 결정된 해상공유수면 등에 관한 지자체간 권한쟁의심판에서 불문법(관습법) 적용의 한계를 보인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참으로 안타깝다. 
 
서울이 조선시대 이래 수도였다는 관습법적 요인을 들어 행정수도 이전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각 지자체간 해상공유수면이나 매립지 관할권 결정에 견주어 살피건대, 새만금방조제 관할권도 관습법적 법원(法源)을 적용하면서 현대적 시의성에 맞는 새로운 준칙을 적용했어야 옳다.

조선시대 이래 부안군 해안선에서 지척(등거리중간원칙. 송포항에서 북서쪽 약 9km, 군산항에서 남서쪽 약 43km)인 비안도(飛雁島)와 두리도(斗里島) 너머 신시도 일원까지도 부안군의 영토였다. 비록 1914년 일제식민시대에 이르러 수탈방편에 기한 행정구역이 정해져 군산시로 변경되었을 뿐, 여전한 부안군민들의 생활권역이다. 일제잔재를 일소하자고 하면서도 여전히 일제가 정한 행정구역의 탈피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이는 국가의 정체성을 흐리는 것이다. 이 점에서 헌법재판소는 법형성력을 발휘했어야 옳다.

부안군과 고창군의 곰소만 공유수면 관할 건에서 헌법재판소(헌법재판소 2019. 4. 11. 선고 2016헌라8, 2018헌라2(병합) 전원재판부 결정)는 갯골과 갯벌(곰소만의 해수이동의 특성을 간과한 갯골과 갯벌점용을 공유수면 관할 결정이유로 삼은 것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당연히 등거리중간원칙이 적용되었어야 함)의 연장선 및 주생활권역(만조 때와 간조 때의 곰소만 점용특성을 배척함. 만조 때는 어선어업의 부안군민, 간조 때는 갯벌어업의 고창군민)이 어디에 있는가를 중심으로 부안군 코앞에 이르기까지 곰소만 대부분을 고창군 수역으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 같은 결정이유들이 유독 새만금에서는 배척되어야만 하는가. 갯골과 갯벌의 연장선을 따져보아도(아래 지도 희끗한 부분들이 갯벌의 연장부분, 김제시는 d→e에 이르는 거리), 국제법적으로 인용되는 등거리중간원칙을 따져보아도 김제시의 해안선에 기한 배타적 관할권은 d→e에 이르는 거리까지이다. 새만금개발공사로 인하여 약 19km 밖 원거리에 있는 2호방조제에 대한 권리주장을 가능케 하는 등거리중간원칙의 시발점인 김제시 해안선은 이미 사라졌다(김제시 관할권은 부안군과 군산시의 등거리중간지점을 나타내는 c→f선 범위 내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를 배척하고 새만금 2호 방조제 관할권을 김제시로 귀속시킨 것은 매우 잘못된 결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대법원은 지리적, 역사적, 생활권적, 경제적 요인 즉 불문법(관습법)적 요인을 배척하고 새로운 준칙에 따라 결정했는데, 이의 법적 논거와 형평성, 타당성이 상당히 빈약하다.
 
부안군민과 어민만이 부안해안에 더 근접해 있는 신시도까지의 부안앞바다를 실효적으로 지배(국제법-독도는 대한민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우리영토)하며 생업인 어업활동을 해왔다. 누대(累代)에 걸쳐 부안군이었던 이 해역은 부안어민이 삼성풀과 오정풀 그리고 서리풀 등으로 명명한 어장을 스스로 일궈 경제적 공동체를 형성해온 곳이다. 김제시민과 군산시민의 생활터전과는 전혀 무관하므로 이들의 경제적 법익은 당연히 배척되어야 하고 방조제관할권 결정에도 반영되었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2013년 새만금 3·4호 방조제의 관할권 판결에서 “지금까지 매립지 관할결정의 준칙으로 적용된 해상경계선(여전히 애매모호함) 기준은 더는 절대적인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문한 바 있는데, 이는 매립지 관할결정에서 그동안 유효했던 불문법적 요인을 배척한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이 배척한 ‘해상경계선이 기준’이라는 그 해상경계선이 바다매립의 완성으로 아예 존재하지 않는 곳에도 적용할 수 있는가. 예컨대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의 해안선이 북에서 남으로 일직선(편의상)(아래지도 f→c선)일 경우, 이 선의 좌측바깥쪽에 해상매립지가 생겼고 국제법적으로 인용되는 해안선에 기한 관할권을 결정할 경우가 생긴다면, 3개 시군이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하든지 다른 새로운 준칙을 정하든지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부안군, 김제시, 군산시로 이어지는 해안선을 살피건대, 지리적 요건(영해, 경제수역, 공해상의 결정법규에서 등거리중간원칙은 명확하다)에서 새만금개발사업(위지도 a→i선)은 김제시의 해안선 단절을 전제로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새만금방조제의 관할권문제는 부안군과 군산시의 권리영역일 뿐이고, 김제시의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에 앞서 법적 타당성이 있는 새로운 준칙을 만들었거나 등거리중간원칙에 기한 관할권을 결정했어야 마땅함에도 대법원은 이를 간과한 것이다.

따라서 대법원의 판결은 해상경계선과 등거리중간원칙의 시발점인 해안선의 기준을 잘못 적용한 것은 물론, 낯설고 선언적의미로 느껴지는 새로운 준칙(법적 준칙이라기보다는 국토의 효율적 이용, 행정 효율성, 주민편의, 역사성 등)이 만들어진 결과로 법적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 대법원이 새로운 준칙의 근거로 삼은 것 중의 하나인 역사성을 살피더라도 조선시대 이래 법적으로 부안군이었음은 물론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었고, 지리적으로도 부안해안선과 가장 가까운 부안앞바다였던 이 생활터전을 부안군과 부안군민의 권리로 보지 않은 판결은 현실과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넷째, 지리적 요건과 비례하여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나 행정효율성 및 주민편의성을 따져보아도 아쉬움이 많은 결정이다.

아무리 살피고 따져보아도 이해불가인 판결논리다. 판결에 앞서 대법관들이 새만금방조제 현장을 다녀갔다. 나는 그들이 제대로 새만금매립지를 살피고 제대로 지리적 요인을 살폈다면 땅을 쪼개어서 나눠주는 것 같은 최악의 판결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서울시가 한강포구를 경기도 밖 바다까지 연장하여 바다와 맞닿는 곳까지 서울시가 자기들 권리영역 내에 있다고 주장한다면 뭐라 답할 것인가. 서울시의 주장이 가당찮은가. 새만금도 그렇다. 새만금개발공사로 생성되는 새로운 새만금땅 대부분은 근원적으로 김제시와 김제시민의 권리영역 밖에 있는 것이다. 김제시 심포 포구 전방 약 6~7km를 벗어나는 권리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인식하는 것이 타당하다.(위 지도 d→e거리 및 갯벌의 연장선과 갯골을 인정한 헌법재판소 2019.4.11.선고 2016헌라8, 2018헌라2(병합)참조) 마찬가지로 동진강과 만경강의 연장선에 기한 영역 3분할(북측은 군산시, 중간은 김제시, 남측은 부안군 관할)도 그 의미를 상실했다고 보는 게 타당할 뿐만 아니라 기준 전제가 잘못되었다.

더욱이 3시군보다는 2시군이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나 행정효율성(오죽하면 3시군의 통합론이 태동하겠는가)을 더 적절하게 진작시킬 수 있다는 점은 지극히 상식적이기 때문에 이들에 근거한 대법원의 새만금방조제 관할권 결정은 잘못된 것으로 또 다른 쟁송절차를 통해 재결되어야 하리란 생각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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