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족상락知足常樂
유심청정惟心淸淨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송광사 도영 스님

전북 완주군 송광사 도영(道永) 스님은 속세 나이로 81세이지만 영화배우 뺨칠 정도로 키가 크고 잘생긴 호걸 인상이다. 

원탁에 앉자마자 고정차(苦丁茶)를 주며 마음 다잡기를 당부했다. 차 이름처럼 처음은 강하고 쓴맛이 있지만 나중에는 입속에 향기가 돌아 좋다며 고통은 서두르지 않고 마음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행복에 다섯가지 조건이 있다고 하지만 오늘 조건을 충족시켰다고 해도 내일 다시 욕망이 생길 수 있으므로 행복의 조건은 의미 없음을 전했다. 마음을 바꾸면 행복해지므로 마음을 바꾸는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알려준다.

지족상락(知足常樂)이란 웬만하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즐겁게 살아야 행복해진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욕망은 끝이 없는 것이니까 멈출줄 알아야 된다는 것이다. 이것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게 최면을 걸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만하면 됐어”라고 최면을 걸면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며 만족할 수 있다고 말한다.

2021년 신축년 스님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전해주는 화두는 유심청정惟心淸淨으로 코로나19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청정한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당부하고 있다.

속세 사람들은 "새해 복 많이 받으시오"라고 하지만, 평소에 복을 많이 짓고 좋은 일을 많이 하면 복을 받기 때문에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은 하지 않고 대신에 사자성어를 전하며 올해는 이렇게 살았으며 좋겠다고 말한다고 한다.

도영 스님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불교를 알면 즐겁게 산다”이다. 불교인들은 남을 원망하는 마음을 갖지 않는다. 천주교에서 ‘내 탓이오’ 하듯이 불교인들도 ‘내가 주고 내가 받는다’ 내가 받고 있는 고통은 전생에 지은 것이기 때문에 남을 원망하지 않고 남을 탓하지도 않고 ‘누구 때문에’라는 생각을 갖지 않아야 한다. 원망하는 마음만 없어도 즐겁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스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불이문(不二門)을 거쳐야 한다. 불이문은 "너와 내가 둘이 아니고, 우주와 내가 둘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다른 사람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하며 ‘누구 때문에’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야 된다.

지난 45년간 군법당에서 법회를 열고 있는데 젊은 청년들에게 "내가 주인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살자고 강조한다고 한다.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다', '부모가 나를 대신해 살아주는 것이 아니다' 결국 주인답게 살기 위해서는 당당한 내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고려 말 나옹선사는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 가라 하네”라는 명시를 남겼는데 이것은 욕심을 버리고 감사하며 살 것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데 어떤 장애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든 흘러간다. 또한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한다. 누구를 원망하거나 못하겠다고 포기하지 말고 ‘나 자신은 내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매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님이 거처하는 곳이 약사전(藥師殿으로 “내방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유심청정으로 지내며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 가기를 바란다”며 덕담을 건넨다고 한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와 같이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으로 지어내므로 고민, 욕망을 털어버리고 내가 마음을 바꿔야 한다. 스님은 행복에 대한 물음에 그것은 마음에서 시작되어 마음으로 매듭을 짓는다고 했다.

도영 스님은 부안 김씨 종인 역할도 충분히 해냈다. 지포 탄신 800주년 행사에 거액을 기부했으며, 스님이 설립한 백산장학재단에서는 종친회에서 추천하는 학생들에게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1980년대 금산사 주지를 맡고 있을 때는 매년 6월에 부안김씨 종인들이 전주실내체육관에 모여 단합대회를 하였는데 당시 도지사 부인도 종인이어서 자주 찾아오고 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지금은 그 세대가 나이가 많아져 동력을 많이 상실한 것 같지만, 여전히 부안김씨 종친회는 여러 사업들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멀쩡한 부안김가'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음을 실감했다고 한다.

나는 출가했으므로 김 씨가 아니고 석씨(석가모니)라고 말하면서도 부안김씨에 대한 자부심을 은연중에 나타냈다. 최근에도 부안종친회장, 김병기 교수, 김종을 전 덕진구청장 등이 전화를 하거나 방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부안 발전을 위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제주도 서귀포는 앞에는 바다이고 뒤에는 한라산이 있어 고향 부안을 보는 것 같아 좋다고 한다. 부안을 서귀포와 같이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어떨지..

지금은 부안이 열세인 것처럼 보이지만 세월이 흘러 새만금신항만, 새만금신공항, 고속도로, KTX 등이 들어서고, 2023 잼버리 등을 거치면 멋진 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송광사를 찾아오는 지인들에게도 살기 좋은 부안을 가보라고 권유한다고 한다. 바다-산-들판에서 나는 맛있는 것들이 있으니 꼭 둘러볼 것을 권하며, 타지에 나와봐야 고향 사랑을 하게 되며 부안이 좋다는 것을 저절로 터득하게 된다는 진한 고향 사랑을 남겼다.

도영 스님은 1941년 부안군 주산면에서 출생하였으며 1960년 출가하여 조계종 포교원장과 금산사 주지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송광사 회주로 있다. 이인환 행안면 이장협의회장의 외사촌 형이 되며, 김연식 군의원의 당숙이다.

스님이 작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절집 사람들과 지인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부안人들을 대신하여 스님의 빠른 쾌유를 기원해본다.

도영 스님, 왼쪽은 이인환 행안면 이장협의회장

동생을 배웅하고 不二門을 거쳐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조봉오 기자  ibuan114@naver.com

<저작권자 © 부안인터넷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