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슴속에 꿈의 지역이 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 그곳이 아름답거나, 신비롭거나, 극한인 곳이거나, 애틋한 추억을 간직한 곳일 수도 있다.

 DMZ는 나에게 그런 지역이다. DMZ는 같은 민족끼리 가장 치열한 전쟁을 격은 곳, 지금도 긴장감을 떨칠 수 없는 곳, 아들을 둔 수많은 부모들이 마음 졸이며 아무런 탈 없이 지내다 오기를 바라던 곳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내 동생이 군대 생활을 했던 곳이다. 내가 태어나기 10년 전에 사람의 발길이 총칼로 통제된 곳이며 지금은 세계 최대 규모의 온대 원시림으로 보존된 곳, 수많은 희귀 동식물이 생태계를 유지하며 한반도에 에덴동산이 조성된 곳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이곳을 넘기 위해 지금도 목숨을 거는 사람이 있다.

연수차 DMZ를 갔다. 나에게 보여 질 DMZ는 어떤 모습일까 꿈보다 더 큰 꿈으로 다가올지 그냥 한낱 꿈일지도 모르는 곳 동서로 길이 248km, 폭 4km 이 아픔과 비극의 선이 인류의 꿈과 희망의 보고가 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5시간을 달려 말로만 듣던 신철원을 거쳐 철원에 도착했다. 겉으로 보기엔 더 깊은 가을로 들어왔다는 것 말고는 부안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같은 산천, 같은 도시 그대로다. 단지 두루미 먹이, 지뢰제거 라는 펼침 막이 보이는 것이 다소 생소할 뿐이다.

점심식사 후 지금은 폐허가 된 당시 북한군 노동당사를 견학했다. 블록 벽돌 사이로 앙상한 철근이 드러나 그 당시 상황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담한 분지인 철원, 6.25가 일어나기 전에는 북한 땅 이였던 곳 휴전선이 그어지기 전 30만 발의 포탄이 비 오듯 떨어질 만큼 치열한 격전지 그 후 철원에는 한동안 시간이 멈췄던 듯하다.

간단한 절차를 거친 후 민통선 안으로 들어갔다. 말로만 듣던 철원평야를 이룬 평강고원, 추수가 끝난 들판은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적막하기만 하다.

군데군데 두루미가 먹이를 찾아 꺼이꺼이 울고 남쪽을 향해 떠나는 기러기들이 하늘을 난다.
평화전망대에 들려 멀리 북쪽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북으로 갈 수 없는 그 끝에 서서 방어벽 넘어 또 다른 땅을 바라본다.

산등에 있는 북한군 초소와 전쟁당시에 중공군 만 명과 국군 3500여명의 선혈이 핏빛의 강을 이루었다는 백마고지(북한은 1211고지)는 1952년 10월 6일부터 10일간 12차례의 쟁탈전을 벌였고 수많은 포탄에 의하여 멀리에서 보면 마치 하얀 말이 있는 것처럼 보여 백마고지라는 지명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너무나 평화로운 땅 DMZ, 맑고 깨끗한 한탄강 그 곳은 앞으로도 영원히 평화로워야 하고 맑아야 한다.

돌아서면서 언젠가 고성과 강화도를 잇는 휴전선을 따라 꼭 걷고 싶다는 포부를 다지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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